[프라임경제] 연내 시중은행 전환에 나선 대구은행이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순이익 성적을 거두며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다. 하지만 대출 연체율이 1년 새 두 배 이상 높아질 정도로 건전성은 악화됐다. 정부가 4대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 은행) 독점 체제를 혁파할 대항마로 밀고 있지만 '체급 차이'에 이어 '체질 차이'까지 더 벌어졌다.

대구 수성구 소재 대구은행 본점. ⓒ DGB대구은행
4일 DGB금융그룹 상반기 경영실적(잠정)에 따르면 대구은행 순이익은 지난 상반기 기준 2504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2152억원 대비 16.3% 성장했다.
이같은 호실적은 이자부문 이익이 견인했다. 대구은행 총영업이익 8089억원 중 이자부문 이익이 차지한 비중은 89.5%(7239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연체율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건전성은 악화됐다.
대구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2분기 0.24%에 불과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0.50%를 기록해 1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부실에 해당하는 고정이하여신의 경우, 2분기 3131억원으로 전년 동기 2251억원 대비 39% 증가했다. 특히 회수가 확실히 불가능한 추정손실은 1069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460억원 대비 무려 132% 증가했다.
문제는 정부가 이처럼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한다는 데 있다.
정부는 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진출시킴으로써 4대 은행 위주의 과점체제 혁파를 기대 중이다. DGB금융그룹은 내달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인가를 신청하고 연내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1년 사이 악화된 대구은행의 건전성은 시중은행 대비로도 취약하다는 평가다.
대구은행 연체율(0.50%)은 4대 은행 평균연체율인 0.26%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으며, 은행권 후발주자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연체율(0.52%)과 비슷한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의 경우 대구은행은 0.58%로 4대 은행의 0.23% 대비 두 배 이상 높다.

대구은행 연체율·부실비율이 오르고 있다. = 장민태 기자
이번 상반기 실적 발표 이전부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추진을 놓고 우려 목소리가 컸다. 기존 수익부문 등 4대 은행과의 체급 차이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은행 크기가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작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도 당장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대구은행이 얼마나 노력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응대했다.
하지만 대구은행이 상반기 실적을 통해 4대 은행 대비 미흡한 건전성 격차까지 보이면서 시중은행 전환 가능성에 의구심이 커진다.
여기 더해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위한 '영업점 전국 확대'라는 대규모 지출이 예정된 상태다. 현재 대구은행 영업점 총 199개 중 181개가 대구·경북 지역에 몰려있다.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영업점은 8개에 불과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시중은행에 맞는 건전성 강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이제 지역은행으로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