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늘어난 위험 지표로 인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올리면서 상반기 순이익이 감소했다. = 장민태 기자
[프라임경제] 상반기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성적표가 엇갈렸다. 이자이익이 불어난 효과로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 전체 순이익이 작년보다 늘었지만, 은행별로 보면 양극화 양상을 보인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늘어난 위험 신호에 대손충당금 전입액을 올리면서 순이익이 감소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 순이익은 올해 상반기 기준 6조8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3384억원 대비 8% 증가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순이익이 각각 33.9%, 7.7% 늘었다.
반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순이익은 1조4720억원, 1조6805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0.1% 감소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은 상반기에 마진 개선 등으로 이자이익이 증가했으나, 잠재적인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과 판매 관리비 증가 등으로 순이익 감소를 겪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4대 은행 위험 지표는 오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신한은행이 연체율과 부실비율에서 각각 1위 자리를 차지해 주목된다.
상반기 대출 연체율은 △우리은행 0.29% △신한은행 0.27% △하나은행 0.26% △국민은행 0.23% 순으로 높았다.
지난해 동기 대비 연체율 증가폭은 우리은행이 0.11%p로 가장 컸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연체율은 동일하게 0.10%p씩 올랐다. 신한은행 연체율은 전년 동기 대비 0.06%p 상승해 4대 은행 중 가장 낮은 증가폭을 나타냈다.
부실 지표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의 경우, 신한은행이 0.27%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그 뒤로는 국민은행(0.25%)·하나은행(0.21%)·우리은행(0.19%) 순으로 NPL 비율이 컸다. 은행은 통상 대출의 상태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순으로 분류해 관리한다. 이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은 고정이하로 지정해 부실로 판단한다.
다만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해당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대손충당금을 은행권에서 가장 많이 적립했다.
우리은행은 2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으로 3600억원을 이용했다. 이는 4대 은행 중 가장 큰 금액이며 지난해 상반기 전입액인 2410억원 대비 49.3% 늘어난 수준이다.
뒤 이어 많이 축적한 신한은행은 2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5% 많은 2424억원을 활용했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2139억원, 1710억원을 2분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른 대손충당금 잔액은 △국민은행 2조2819억원 △신한은행 1조8020억원 △하나은행 1조6840억원 △우리은행 1조6060억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채에 대한 위험 신호가 울리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다 보니 순이익이 크게 늘어나지 못했다"며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모든 은행이 이익을 줄이더라도 대손충당금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각 은행별로 쌓아뒀던 대손충당금이 달랐기 때문에, 이를 따라가기 위해 더 많이 적립한 은행도 있는 것"이라며 "미래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은행별 실적을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