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구단 가치가 상승할수록, 선수 연봉과 관련 비용도 천정부지로 솟는다. 반면 수익구조는 열악한 상태다. 결국 구단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e스포츠 구단의 관계자 말이다. e스포츠 산업의 현 주소와 위기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MZ세대 열광적인 인기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으로 위상이 높아졌는데, 위기론이 왜 나올까. 한 목소리로 말하는게 '수익'이다.
현재 e스포츠 구단의 수익은 자체적인 모델은 갖추지 못 한 채, 모기업 투자 의지에만 의존하고 있다. 더불어 선수 연봉과 구단 운영비는 날이 갈수록 가파르게 오른다. 구단이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형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2년 이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단 운영 예산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LCK에 따르면 국내 리그에서 활동하는 LoL 프로게이머들의 평균 연봉은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또 팀별 상위 5인의 연봉 평균 금액은 2년간 71%나 증가했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최대 수십억원에 달하는 선수 연봉, 구단 관리비를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수익 모델이 현재 없다"며 "게임대회를 하면 할수록 구단은 적자를, 게임업체만 돈을 버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LCK의 가장 인기 구단인 T1도 2019년 22억원, 2020년 110억원, 2021년 211억원, 2022년 16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또 디플러스기아도 2019년 5억원, 2020년 50억원, 2021년 33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디앤리서치 'e스포츠 실태 산업 현황' 보고서에는 2021년 기준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데 드는 연간 평균 비용이 35억~45억원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현실적 수익은 10억원 이하가 대부분이다. 구단 예산 중 선수 연봉 비중도 높다. 80% 이상인데다 해마다 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LCK 공식 IP 라이선싱 파트너 '레전더리스'는 디지털 콜렉터블 서비스 'LCK 레전더리스'에서 신규 카드 출시를 기념해 롤파크에서 이벤트를 진행한다. ⓒ 레전더리스
이에 국내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하는 종목사들도 수익 개선 행보에 나섰다. 앞서 지난 3월 LCK는 디지털 콘텐츠 전문 서비스 기업 레전더리스와 손잡고 구단과 선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디지털 콜렉터블(Digital Collectibles)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지털 콜렉터블은 LCK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했던 선수들과 LCK 경기의 IP를 활용한 디지털 상품을 제작 및 판매하는 서비스다. 디지털 상품들의 판매 수익은 선수와 게임단에도 배분된다.
이와 함께 LCK는 연봉 총액 상한 제도(샐러리 캡)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선수 영입을 둘러싼 게임단들의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해서다. 올해 스토브리그부터 '균형지출제도'를 도입, 내년 하반기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샐러리 캡 제도 도입은 지난 몇 년간 LCK 선수들의 연봉 규모가 급격히 인상된 여파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되면 선수에 투자하는 금액이 줄게 된다"며 "구단과 리그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틀그라운드 리그를 운영 중인 크래프톤은 올해부터 '글로벌 파트너팀 제도'를 도입했다. 글로벌 파트너팀 제도는 인기와 역사가 오래된 명문팀 8개 팀을 선발해 국제대회 시드 보장 혜택 등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또 해당 팀들의 고유 상징색 등을 활용해서 스킨 제작 및 판매를 통해 수익을 배분한다.
구단들도 수익 모델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농심 산하의 e스포츠 게임단 '농심 레드포스'는 피시방 브랜드 '레드포스 PC 아레나'를 출범하고, 경기 부천에 대표 매장을 열었다.

농심 레드포스가 운영 중인 '레드포스 PC 아레나' e스포츠 스토어 이미지. ⓒ 농심 레드포스
피시방 기업 '앤유PC'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레드포스 PC 아레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게임단 팬들이 방문해 다양한 굿즈(연관 상품)를 둘러보고 구매할 수 있는 'e스포츠 스토어'도 준비했다.
또 e스포츠 경기를 치르거나 팬 미팅, 단체 경기 관람 행사 등을 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농심 레드포스 관계자는 "가맹점들은 팀 브랜드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팀은 PC방을 플랫폼화해 팬덤을 확대하고 부가적 사업 모델을 찾는 상생 구조"라고 설명했다.
T1도 지난 5월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 구단 브랜드를 활용한 피시방 'T1 베이스 캠프'를 열었다. 구단 마케팅은 물론, 자체 운영 중인 e스포츠 아카데미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눈에 띄는 플레이어를 스카우트해 교육 기회를 제공하거나, 2군·3군 팀 입단 테스트를 진행하는 등 신예 선수 발굴에도 쓰일 계획이다.
e스포츠 팀 젠지도 피시방 브랜드 '긱스타'와의 협업으로 서울 신촌에 '젠지 PC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 개요 이미지. ⓒ 넥슨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리그'와 지난해부터 피파온라인4 eK리그를 운영 중인 넥슨은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을 통해 리그에 참여하는 프로 구단들이 장기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구단과 회사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한편 정치권도 'e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힘을 싣고 있다. e스포츠 선수 인권 보호 및 지역 연고제 도입 내용이다. 지방자치단체나 지역 공공기관이 지역 기반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프로 e스포츠단 창단에 출자, 출연하거나 사업 경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김성원 의원은 "지방 팬들도 손쉽게 직관(직접 관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e스포츠 업계가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역 연고제 도입을 통해 지방도 함께 상생하는 건전한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