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쿠팡이 국내 헬스앤뷰티(H&B) 1위 업체인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했다. 올리브영이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해 거래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CJ올리브영을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했다. 올리브영이 중소 뷰티업체의 쿠팡 입점을 방해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쿠팡이 주장한 CJ올리브영 법위반 혐의는 △매장 축소 등으로 뷰티 중소 협력사를 협박해 쿠팡 납품 막음 △뷰티 중소 협력사에 쿠팡 납품 금지 제품군 지정 △쿠팡에 납품할 경우 입점 수량·품목 축소 등이다.
현재 대규모유통업법 13조에 따르면, 유통업체가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납품업자가 다른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배타적 거래 강요를 금지하고 있다.
쿠팡 측은 신고서에서 "CJ올리브영은 쿠팡이 화장품 판매 등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2019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쿠팡을 경쟁 상대로 여기고 뷰티 시장 진출 및 성장을 지속적으로 방해하고 있다. 납품업자가 쿠팡에 납품하는 것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거나, 쿠팡에 납품할 경우 거래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납품업자에게 배타적인 거래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거래를 방해하고 있다. 이는 명백히 대규모유통업법 제13조 위반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같은 악의적인 법 위반행위로 쿠팡은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있는 제품을 공급받는데 방해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어 신고를 결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국내 헬스·뷰티(H&B) 시장에서 올리브영은 사실상 독점기업이다. 올리브영은 시장의 71.3%(올해 1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경쟁사였던 GS리테일이 운영한 랄라블라는 실적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H&B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롯데쇼핑이 전개한 롭스도 100여개에 이르던 가두점을 모두 정리하고 현재는 롯데마트 내에 '숍인숍' 형태의 12개 매장만 운영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올리브영의 이같은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앞서 공정위는 2월 말 올리브영이 랄라블라, 롭스 등 H&B 경쟁업체에 대한 납품을 방해한 혐의로 검찰의 공소장격인 심사보고서를 올리브영 측에 발송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올리브영 관계자는 "쿠팡의 협력사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며 "압박한 적이 없기 때문에 쿠팡이 주장하는 '압박받은 납품업체'가 어딘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공정위 조사가 이뤄지고 내용이 확인되면 이에 대해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양사의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쿠팡과 CJ제일제당의 '햇반 납품가 갈등'까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의 햇반 마진율 협상이 8개월간 지속되는 등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쿠팡이 CJ올리브영까지 신고하면서 CJ계열사로 갈등이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쿠팡은 2022년 말부터 CJ올리브영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납품단가를 놓고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쿠팡이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CJ제일제당은 작년 11월말 주요 제품의 발주를 중단했다. 접점을 찾지 못해 9개월째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 관계자는 "뷰티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수많은 뷰티업체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CJ올리브영이 자사를 경쟁 상대로 여겨 지속적으로 방해 행위를 해왔다"면서도 "이번 CJ올리브영의 공정위 신고는 CJ제일제당 발주 중단 건과 전혀 무관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올리브영을 경쟁사로 지목하면서 오히려 공정위 조사에서 올리브영이 유리해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쿠팡이 올리브영을 H&B 업종이 아닌 이커머스 업종으로 판단할 근거를 마련해 줬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특정 시장에서 한 회사 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개 이하 사업자 점유율이 75% 이상일 때 시장 지배력을 갖춘 사업자가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CJ올리브영의 사업이 H&B에만 국한되면 시장지배력 남용 혐의가 적용, 처벌 수위가 세진다. 반면 쿠팡을 비롯한 컬리 등 뷰티 상품을 취급하는 이커머스가 포함될 경우 올리브영의 점유율은 급락하게 된다.
실제 쿠팡, 네이버, 마켓컬리 등 화장품을 유통하는 주요 대형 기업들도 경쟁업체에 포함되면서 CJ올리브영의 시장점유율은 약 1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CJ올리브영은 그동안 이런 논리로 공정위 조사에 대응해 왔다. 쿠팡이 CJ올리브영을 신고했지만 오히려 CJ올리브영의 방어논리에 힘을 보탠 셈이다.
공정위가 온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고 쿠팡과 CJ올리브영을 동일 시장 경쟁 사업자로 판단할 경우 CJ올리브영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부과될 수천억원대 과징금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이번 올리브영 신고로 유통업계 시장확장 범위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며 "유통시장에서 온오프라인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형태의 분쟁이 지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