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검찰이 최근 디스커버리펀드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로 인해 판매사였던 기업은행의 보상안을 둘러싼 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기업은행 피해자들은 진정성이 의심되는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태도를 지적하며 기업은행을 향한 민사 소송 제기도 검토중이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로 구성된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이하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14일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투자금 전액과 이자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들 집회는 오늘로 214회차다.
이날 이의환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기업은행에 제대로 된 보상을 요구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며 "은행장이 바뀐 뒤 상황이 달라질 것을 기대했지만 변한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업은행 피해자들, 민사 소송 검토
디스커버리펀드 사태는 2019년 미국 현지 자산운용사 DLI(Direct Lending Investment)가 실제 수익률과 투자 자산 가치 등의 허위 보고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적발되면서 환매 중단된 사건이다.

이의환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 실장이 14일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펀드 설계·운용을 맡았고 국내 펀드 판매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기업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이 담당했다. 기업은행 판매액은 총 6782억원으로, 이는 전체 판매 금융사 중 가장 큰 규모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펀드 판매원들은 고위험상품이라는 설명은 하지 않고 오히려 원리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금융투자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 투자자는 "거래 은행에서 장하성, 김상조가 가입할 정도로 안전한 펀드라면서 가입을 강권하다시피 했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현재 디스커버리 사태는 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된 상태다. 1심에서 패소한 검찰은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를 재수사중이다.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장 대표에 대한 유죄 판결이 나오면 기업은행에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 실장은 "유죄 판결이 나오면 사기죄이며, 기업은행은 민법상 공동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약 5년간의 기간을 법정이자 5%로 계산해 돌려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정성 의심…은행장 리더십 도마 위
디스커버리펀드를 둘러 싼 보상안 분쟁은 올해 1월 신임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취임하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든 듯했다. 김 행장이 수석부행장 시절 디스커버리펀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 중인 김성태 기업은행장. ⓒ 연합뉴스
김 행장은 디스커버리펀드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배상안을 언급하며 리스크 해소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당시 김 행장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배상기준에 따라 성실하게 배상하겠다"며 "향후 판매사에 대한 법률적 사정변경이 있을 경우 추가적으로 투자자 보호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행장이 디스커버리펀드 분쟁 조정을 위해 안팎으로 리더십을 발휘해보는 중이지만 실질적 성과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실장은 "김 행장은 전형적인 관료적인 태도만 보이며 피해자들을 무시하던 윤 전 행장과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은행 입장이나 태도에는 다를 게 없다"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피해 보상 비율' 쟁점…"분쟁 기간 5년 이자 더해야"
장기화 속 확대되고 있는 기업은행의 '디스커버리펀드 리스크'의 핵심 쟁점은 피해 보상 비율이다.
당초 사기피해대책위원회는 기업은행에 투자원금 전액 보상만을 요구했지만 분쟁이 장기화되며 분쟁 기간 동안인 5년 치 이자까지 포함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펀드 보상비율을 최대 80%로 두고 투자자별로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 근거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권고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기업은행에 원금 40~8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기업은행 본점 소재지인 서울 중구는 14일 두꺼운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다. =장민태 기자
하지만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의견과 달리 한국투자증권 등 이미 100% 보상이 진행된 사례가 있어 기업은행과 피해자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디스커버리펀드를 포함한 10개 사모펀드에 대해 100% 원금 보상을 결정했다. 당시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디스커버리펀드를 "판매책임 소재가 있는 부실 사모펀드"라고 언급하고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선제적 결단을 내렸다"며 투자 원금 대비 100% 손실보상을 했다.
한편 지속되는 디스커버리펀드 피해 보상 논란에 기업은행 관계자는 "판매사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분조위에서 결정된 배상안을 기준으로 투자자와 합의를 진행 중"이라며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되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