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유동성 논란에 휘말렸던 푸본현대생명이 신지급여력비율(K-ICS, 킥스) 경과조치 후 단숨에 위기를 극복하자, 신뢰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경과조치 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킥스 비율이 치솟으면서 단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여부를 나타내는 지표다. 퇴출대상 보험사를 선정하는 데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된다. 비율이 100% 이상이면 정상으로 보고 100% 미만이면 경영개선명령을 통해 퇴출조치를 내릴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전까지 보험부채를 원가로 산정하는 RBC 비율을 채택해왔지만, 올해부터는 보험부채를 시가로 산정하는 킥스 비율을 사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도입한 신지급여력제도가 신뢰성 논란에 휩싸였다. ⓒ 연합뉴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의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은 -0.6%다. 지난 6월말 경과조치 적용 후 128%로 치솟았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대 킥스 비율을 기록했지만, 금융당국이 마련한 경과조치 덕에 위기를 넘겼다.
앞서 금융당국은 새로운 감독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보험사가 연착륙할 수 있게끔 경과조치를 마련했다.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거나 보고서 및 공시 제출기한을 연장해주는 식으로 보험사 편의를 봐줬다.
이러한 배려로 푸본현대생명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지만 킥스 신뢰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자본잠식까지 우려됐던 기업이 단번에 정상수준으로 진입해서다. 푸본현대생명을 비롯해 경과조치를 적용한 보험사들 모두 지급여력비율이 오름세를 나타내며, 논란이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지급여력비율 제도변경 영향 표. ⓒ 금융감독원
실제로 푸본현대생명을 비롯해 경과조치를 적용한 19개 회사의 킥스 비율은 적용 전과 비교해서 평균 79.1%p 상승했다.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건전성 기준을 채우지 못했던 보험사들이 변경된 기준으로 혜택을 받은 것이다.
대다수 손해보험사들은 상품 포트폴리오를 장기보험 위주로 재편, 보험계약마진(CSM)을 높게 환산하는 등의 방식으로 킥스 기준을 충족시킨 것으로 파악된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면서 자기자본 증가 효과가 발생해 기준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부채를 시가평가하면 실제적으로 위험에 따른 요구자본이 늘어나게 돼 킥스 비율이 떨어져야 하지만 평가 과정에서 신규위험에 대한 경과조치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올라가야했던 요구자본이 낮아지면서 보험사들의 킥스 비율이 올라가는 효과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최근 보험시장은 고금리로 인해 시장 위험이 증가하면서 요구자본 증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상적으로 반영돼야 할 요구자본이 경과조치로 인해 반영되지 않으면서 킥스 신뢰성이 저하되고 있다. 보험사 자본건전성 지표로 유용할 것으로 판단했던 킥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자 차라리 경과조치 유예를 두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마저 대두된다.

보험사별 킥스 경과조치 적용 효과 표. ⓒ 금융감독원
서지용 교수는 "경과조치 이전과 이후 어느 정도 차이는 발생할 수 있어도 방향성은 같이 움직여야 하지만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킥스 신뢰성이 떨어졌다"며 "기존 도입 취지와는 크게 달라져 차라리 유예조치 두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당분간 기존 보험부채를 원가로 산정하던 RBC와 병행해서 지급여력비율을 표기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제대로 된 판단이 어려운 과도기인 만큼 RBC비율과 병행해서 과거 킥스 비율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지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제도 도입을 추진한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도 이같은 논란이 불거지자 적용방식 개선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13일 한화생명 상생금융 협약식이 개최된 여의도 63빌딩에서 "신회계제도(IFRS17) 가이드라인이 특정 보험회사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 것과 관련해 업계 소통을 통해 개선사항을 늦어도 내달 중 발표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