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13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외래 진료와 검사, 입원 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전국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의료기관)에서 조합원 4만5000여명이 참여하는 산별총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의료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한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다.

1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했다. © 연합뉴스
파업 사업장은 사립대병원지부 29곳, 국립대병원지부 12곳, 특수목적공공병원지부 12곳, 대한적십자사지부 26곳, 지방의료원지부 26곳 등이다. 이른바 '서울 빅5'(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중 파업에 참여하는 병원은 없지만, 서울의 경희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과 경기의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전국 20곳 안팎의 상급종합병원은 파업에 참여했다.
간호사·간호조무사·약사 등 대부분 보건의료직역이 파업에 동참한다. 다만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분만실·신생아실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업무를 하는 필수인력 인원은 제외된다. 또 응급의료센터 등 24시간 비상진료체계는 유지된다.
◆파업 여파, 응급실까지..."병상 회전 막혔다"
그러나 이번 파업으로 국립암센터나 부산대병원 등에서는 수술이 취소되고 환자들이 전원·퇴원 조치되는 등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홈페이지 상단에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예고한 13∼14일에 대한 안내 공지를 띄우고 "보건의료노조 파업 기간 내 빠른 예약 업무가 부득이하게 지연될 수 있다"고 알렸다.

양산부산대병원은 파업에 대비해 입원환자를 퇴원시키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기며 입원환자 수를 줄이는 조치에 들어갔다. © 연합뉴스
고려대안암병원과 경희대병원도 12일부터 응급 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이미 입원환자를 대다수 내보낸 부산대병원은 권역외상센터마저 진료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부산 동아대병원은 부산대병원 파업으로 환자가 몰려들자, 모든 응급환자 수용 불가를 결정했다.
응급실은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파업이 금지돼 있다. 그런데도 파업 여파가 응급실에 미친 이유는 '병상 회전'이 막혔기 때문이다.
중증 응급환자는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은 뒤 수술실이나 중환자실로 옮기고, 회복되면 일반 입원 병실로 옮긴다. 그런데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에 간호사 등 의료진이 대거 참여하면서 일반 입원 병동을 유지할 수 없게 됐고, 중환자실과 응급실에 그대로 환자들이 머물면서 새 응급환자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서울 권역응급의료센터인 한양대병원은 12일 오후 6시 기준 응급 중환자실 병상 20개가 모두 찼으나 중환자실 환자를 일반 입원 병실로 옮길 수 없는 상황이다.
양산부산대병원은 며칠 전부터 파업에 대비해 중증도가 높은 환자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퇴원시키거나 전원 조치하는 등 병동을 비웠다. 파업에 참여하는 나머지 병원들도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노조 "국민 생명과 건강 지키기 위한 파업" vs 정부 "환자 곁 지켜야"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1인당 환자 5명 관리를 통한 환자 안전 보장 △직종별 적정 인력 기준 마련 및 업무범위 명확화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불법 의료행위 근절을 위한 의사인력 확충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어디까지나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착한 파업이며, 7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면 파업을 재검토할 의향이 있다는 게 이들 단체의 입장이다. 이번에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 지난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주5일제 관철을 주장하며 파업한 지 19년 만이 된다. 당시 파업 참여 인원은 1만 여명이었다. 이번에 쟁의조정 신청된 조합원 수는 그보다 4배가량 많다.
한편, 보건의료노조의 파업에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과 현안 점검 회의를 열고 보건의료노조 파업으로 인한 국민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비상진료대책을 논의했다. 당정은 회의를 통해 △인근 병원으로 신속한 전원 지원 △개별 병원 근무조 재편성 △대체인력 투입 △인력 지원 및 인근 의료기관과의 협력체계 구축 지원 등 비상진료 대책을 마련했다.
조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보건의료노조가 민주노총의 파업 시기에 맞춰 정부 정책 수립과 발표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보건의료노조는 민주노총의 파업 계획에 동참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민주노총 파업 동참계획을 철회하고 환자의 곁을 지켜주기를 바란다"며 "합법적인 권리 행사는 보장하지만 정당한 쟁의 행위를 벗어나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유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도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파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 18개소 병원장들과 만나 긴급상황점검회의를 했다.
박 차관은 "정부가 의료현장 개선을 위해 여러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책 이행 시점을 이유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파업은 정당하지 않다"며 "보건의료노조는 파업계획을 철회하고 환자 곁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