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철 호남대학교 총장(오른쪽)은 13일 오전 11시 총장실에서 여영순(가운데) 동문으로부터 장학금 1500만원을 기탁 받았다. ⓒ 호남대
[프라임경제] 50대 중반의 나이에 호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석사학위까지 취득한 만학도 '할머니 학생'이 졸업한지 14년 만에 모교를 찾아 1500만원의 장학금을 쾌척해 잔잔한 감동을 안겼다.
박상철 호남대학교 총장은 13일 오전 11시 총장실에서 여영순(76·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동문으로부터 장학금 1500만원을 기탁받았다.
여영순 동문은 남아선호가 강했던 가풍 때문에 초등학교만 졸업했고, 9남매의 장남과 결혼해서 시동생들 뒷바라지하고 4남매를 낳아 키우느라 학교 진학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후 그녀는 자녀들을 결혼시키고 난 뒤 55세에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56세에 2003학번 신입생으로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석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여영순 동문은 "당시 받았던 장학금이 너무 고마워서 뒤늦게나마 '후배들에게 노트 한 권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장학금을 전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기탁식에 앞서 장남인 허창식 씨(53·세무사)와 함께 캠퍼스를 둘러본 여영순 동문은 "어린 학생들에게 공부에서만큼은 뒤지고 싶지 않아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에 집중했고, 강의 노트를 달달 외워가며 시험공부를 했던 그때가 정말 행복했었다"고 회고했다.
또 "수필과 시를 쓰고 싶어 국어국문학과를 선택했던 만학도를 각별히 챙겨주셨던 故 국효문 교수님 덕분에 나와 자녀들의 글을 모아 '일출을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수필집도 낼 수 있었다"고 고인이된 은사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여영순 동문은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한 자신을 응원해주면서 살뜰하게 챙겨주던 남편과 2년 전에 사별하고, 판사로 활동하던 둘째 딸마저 가슴에 묻어야 했던 슬픔을 딛고 최근 자녀들에게 자신의 뜻을 알렸다. "엄마가 꿈에 그리던 대학에 다니면서 정말 행복했는데, 내가 대학에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구나. 평소 갖고 있던 돈에 너희들이 준 용돈을 보태 모교에 장학금으로 전달하려고 한다"는 말에, 자녀들 역시 "잘 생각하셨다. 부족하면 더 보태드리겠다"는 말로 어머니를 응원했다.
여영순 동문은 "너무 적은 금액이어서 조용히 기탁만 하려고 했는데 모교에서 전달식까지 마련해주고, 꿈에 그리던 캠퍼스를 구경하며 추억여행을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되레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박상철 총장은 "여영순 동문께서 기탁해주신 소중한 장학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달해 후배들이 성장 발전하는데 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