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난감해졌다.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 합병 제동'이라는 난기류를 만났기 때문이다. 특히 조원태 회장이 그동안 내비쳤던 자신감과는 달리 해외 경쟁당국들의 움직임이 사뭇 다르게 흘러가면서 합병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합병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조원태 회장 리더십에 흠집도 불가피해진다. 앞서 조원태 회장이 공개적으로 "합병에 100%를 걸었고, 무엇을 포기하든 합병을 성사시킬 것이다"라고 밝히는 등 강력한 합병 의지를 드러내왔는데,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비판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20년 11월 인수를 추진해 2021년 6월 말 마무리 짓겠다던 대한항공의 당초 계획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어느덧 3년째 표류 중이다. 더욱이 합병 절차가 올해 안에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받아야한다. 필수신고국가 중 어느 한 국가라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반대할 경우 두 회사의 기업결합은 결국 무산된다.
그 중에서도 EU에서 지속적으로 빨간불이 커지고 있다. 최근 EU는 8월3일로 예정됐던 기업결합 승인 결정을 유보했다. EU가 심사 기한을 연장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다만, 이번 심사 기한 연장은 대한항공이 EU 집행위원회의 시정 조치안을 수정하기 위해 직접 요청했고, EU가 이를 받아들였다. EU가 다시 정한 기업결합 승인 결정일은 10월 중이다.
업계는 처음부터 EU의 승인여부를 가장 우려스러워했다. EU가 수차례 기업결합심사에서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 왔던 탓이다.
일례로 캐나다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에어트랜샛의 합병을 승인하지 않았고, 에어캐나다는 EU의 슬롯 반납 요구가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이유로 인수를 자진 철회했다. 한국에서는 일부 선박에 대해 독점이 발생할 것이라는 이유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EU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 EU는 대한항공이 제출한 기업결합 신고서 내용만으로는 경쟁 제한성 우려를 해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들의 합병을 곱지 않게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EU 입장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할 경우 유럽 노선에서 이들의 여객은 물론 화물 운송 서비스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올해 5월 심사보고서(SO)에서도 EU는 한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을 잇는 4개 노선에서 여객 운송 서비스의 경쟁 제한 우려, 유럽과 한국 간 모든 화물 운송 서비스의 경쟁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이번 합병을 위해 이미 영국과 중국에 일부 슬롯을 반납했는데, EU의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더 많은 슬롯을 유럽에 넘겨야 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대한항공은 EU의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하는데 집중해왔는데, 그들의 생각보다 EU가 더 어려운 조건을 제시한 듯하다"며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수익이 줄어들 걸 알면서 슬롯을 더 내놔야하는 상황이다 보니 곤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항공 내부적으로 대비책 마련에 고심 중이겠지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첨언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정조치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EU 집행위원회와 연장 협의를 진행해 결정됐다"며 "연장 기간 내 원만하게 시정조치 협의를 마치고 최종 승인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업계서는 또 다른 우려도 나온다. 만약 양사 통합 무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대한항공도 문제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자칫 파산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어서다.
재무 상황 악화로 신규 투자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즉, 아시아나항공은 합병 전까지 어떤 방향도 정할 수 없는 답답한 상태인 셈이다. 또 기업결합이 늦어지고 있는 탓에 부채비율은 매분기마다 악화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2000%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말 기준 170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이 1분기 만에 300% 넘게 증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으로써는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통한 자금유입만이 유일한 살길이다"라며 "만의 하나 합병 무산이 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대규모 실직 사태를 겪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정부의 추가 대책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