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최근 이례적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다른 기업들과 다르게 해외보다 국내에서의 움직임을 더 활발하게 가지는 것은 물론, 그 과정에서 언론에 나서는 것을 꺼리던 이전과 달리 공식석상에 직접 나서서 미니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기까지 했다.
또 한화오션(042660) 출범으로 HD현대중공업(329180)과 사업 영역이 겹치게 되면서 재계 절친 사이인 정기선 HD현대 사장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된 가운데, 김동관 부회장은 상선보다 '방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대우조선해양을 품은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통해 더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일환으로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6월 부산 2023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마덱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방문이 이례적으로 평가받은 이유는 같은 기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세계 3대 조선해양 박람회 중 하나로 꼽히는 노르쉬핑(Nor-Shipping) 2023이 열렸기 때문이다.
통상 두 행사가 겹치면 CEO들은 마덱스보다는 당연히 노르쉬핑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동관 부회장과 달리 정기선 사장을 비롯해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 △안광헌 HD한국조선해양 사장 등은 노르쉬핑에 방문했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은 마덱스에서 "한화오션이 합류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과 함께 많은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며 "국가 안보와 세계 속의 한국 방산 역사를 확대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각각 마덱스와 노르쉬핑을 선택함으로써 두 기업의 리더들이 비중을 두는 분야가 다르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특히 김동관 부회장이 기자들 앞에서 나선 게 처음이었던 만큼, 김 부회장이 한화오션과 해양 방산 분야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6월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3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한화오션 부스에서 수상함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 한화오션
'상선보다 방산'이라는 김동관 부회장의 지향점은 한화오션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현재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과 한국형 차기호위함(FFX) 울산급 배치3(Batch-III)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데, 대규모 투자까지 예고했다.
구체적으로 국내 최초로 수상함 2척을 동시 건조할 수 있는 실내 탑재 공장 신축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상함 실내 탑재 공장은 수상함을 실내에서 건조할 수 있는 시설로, 조명을 사용해 야간작업을 원활히 진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비나 태풍 등 기상상황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또 한화오션은 함정 전용 다목적 조립공장도 신축한다. 자동화된 조립공정을 추가해 수상함 건조 생산량을 늘리면서 안전성도 확보하게 된다. 조립 작업 시 선체 변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박판 전문설비도 추가해 작전 성능을 극대화한 고품질의 수상함을 건조할 수 있다.
이런 투자 계획에는 김동관 부회장의 복안이 담겨있다. 신규 시설 투자의 경우 울산급 배치3 5~6번함 건조를 위한 최적의 시설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며, 수주전에서 승리하게 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추진 체계와 한화시스템 전투 체계를 바탕으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배치4·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까지 따내면 한화오션은 해양 방산의 최강자로 성장하게 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현재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과는 다르게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호위함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대규모 신규 시설 투자 검토는 다른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새롭게 출범한 한화오션이 힘차게 출발하자는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울산급 배치3 입찰 제안서 제출을 마치고, 동시에 대규모 신규 시설 투자 검토 사실을 밝힌 것은 그들이 이번 사업을 꼭 따내서 방산 분야를 강화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