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보험사들이 판매 자회사(GA, 독립보험대리점) 설립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리스크가 존재함에도 설립 자체에 이득이 더 있다고 봐서다. 최근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의 GA가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분위기는 더 달아오르고 있다.
GA는 사업 초기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 아울러 단기간 자금 회수도 어렵다. 보험사들이 진출을 망설였던 이유다. 여기에 노사간 대립이라는 극단적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대다수 보험사들은 대형 GA와 손잡고 매출 확대를 도모해왔다. 하지만 수수료 부담과 시장 내 통제력 악화 등의 약점은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보험사들은 자체 GA설립이 낫다고 판단, 꾸준히 눈독 들여왔다.
◆ 참전 흥국생명·AIA생명…"자회사 설립 더 늘어날 것"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흥국생명과 AIA생명이 자회사형 GA 시장에 진출한다. 이미 흥국생명은 6월21일 'HK금융파트너스'를 설립, 지난 5일 본격적으로 영업을 가동했다. 설계사 규모는 총 1300명이다.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3개 보험사와 제휴했다. 신임 대표는 김상화 전 흥국생명 영업본부장이 맡는다.
AIA생명도 이르면 이달 GA설립에 나선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GA설립 인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본격적인 제판(제조+판매)분리 작업에 들어갔다. 대표이사로는 공태식 전 리치앤코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사 규모는 1000명 안팎으로 예상된다.

흥국생명이 지난달 21일 자회사형 GA HK금융파트너스를 설립했다. ⓒ 흥국생명
현재 △삼성생명 △동양생명 △KB라이프생명 △라이나생명 △한화생명 △미래에셋생명 등이 자회사형 GA를 설립했다. 흥국생명과 AIA생명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자회사형 GA를 보유한 보험사는 더욱 늘어나게 됐다.
이처럼 보험사가 자회사형 GA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판매 채널 다변화 △비용 효율성 제고 △소비자 니즈 부합 상품 개발 등의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판매 채널 다변화를 통한 보험 상품 판매량 증대 폭이 상당하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보험판매 채널 가운데 GA 비중은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이 각각 36.2%, 48.2%로 집계됐다.
최근 보험사들의 수입보험료는 매년 줄어들고, 전속 설계사 이탈도 심화하고 있다. GA 채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향후 제판분리에 나서는 보험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 자체 판매채널만의 상품 공급으로는 일반 GA나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마케팅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계가 있다"며 "보험사들이 판매 자회사 설립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진태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GA들의 대형화에 따라 보험사의 수수료 부담 증대가 지적되고 있다"며 "자회사 GA를 보유하면 수수료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험사의 영업정책이 잘 반영될 수 있는 경영상 통제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조·적자 리스크는 숙제…"투자시기·규모 신중해야"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GA설립을 통해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지만, 이에 따른 우려도 상존한다. 업계는 GA 설립 초기 리스크가 상당하다고 지적한다. 투자 시기와 규모를 명확히 정해야한다고 조언한다.
미래에셋생명의 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2021년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총 31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처음으로 1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누적된 적자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화생명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도 2021년 4월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총 2346억원 적자를 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흑자 전환했지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출범 첫 분기에만 1000명 이상의 설계사가 이탈하기도 했다.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GA설립하자 투자 시기와 규모를 명확히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연합뉴스
황진태 연구위원은 "사업 초기 판매실적이 부진할 수밖에 없어 영업 초기 누적 결손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며 "GA의 모집조직을 새로 구축해야 하므로 구축 과정에서 설계사 리쿠르팅, 교육 및 관리조직 구축에 따른 초기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GA 자회사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투자시기를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노조 문제도 지속적인 걸림돌로 작용한다. 노조는 근로자들이 소속을 자회사로 옮기게 되면 이전보다 처우가 낮아지거나 고용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업 초기 설계사 수수료와 단체교섭권 협상도 이뤄져야 해 노사 간 원활한 협의가 관건이다.
실제로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소속 설계사로 구성된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이하한화생명지회)'와 갈등이 격화된 바 있다. 당시 한화생명은 소속 보험설계사 약 2만명을 자회사 GA로 이동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설계사와 보험판매 수수료와 단체교섭권을 두고 쉽사리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최근 흥국생명도 노조 리스크에 휘말렸다. 흥국생명 노조와 시민단체는 HK금융파트너스 설립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금감원이 흥국생명 자회사 설립 승인을 졸속으로 진행했다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보험설계사 조직을 떼어내면 불법영업행위를 관리할 수 없을뿐더러,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흥국생명이 책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도 주장한다. 또 지방에서 본사로 올라오는 직원들로 인해 잉여 인력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결국은 구조조정으로 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 된다면서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현재 흥국생명은 판매 자회사로 옮기는 직원에겐 기존과 같은 급여를 제공하고 일시금으로 12개월분을 퇴직 위로금 명목으로 제공할 방침이지만, 향후 노조와의 협상이 원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AIA생명은 이같은 노조 리스크를 최소화하고자 GA 설립 과정에서 전속 설계사 조직을 분리하지 않을 계획이다. 향후 GA를 설립한 후 신규 리크루팅 및 인수를 통해 그 규모를 키워나간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에 수반되는 비용이 상당해 업계의 우려가 크다. AIA생명이 제시하는 연봉, 정착지원금 수준은 업계 평균 5~6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진태 연구위원은 "(보험사들이) 기존 채널과의 마찰가능성 및 시너지 효과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GA 자회사 진출 시 채널 활용 유형을 신중히 고려하고 해당 GA에 대한 전속여부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