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부실 행정, 비위 논란 등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비난과 함께 대대적 개혁론이 쏟아지고 있다.
부족한 전문성과 밀실 심사 등으로 홍역을 치러온 게임위는 지난해 말 불거진 비위 의혹이 최근 사실로 드러나면서 뼈아픈 '쇄신 청구서'를 받았다. 조직에 대한 불신론과 게이머들의 성토 여론이 급격히 확산되는 양산이다. 업계에선 규제에 대한 선진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위는 지난 2017년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수십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하청업체가 정상 작동되지 않는 '엉터리 전산망'을 제출했음에도 어떠한 배상과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대금을 지불하며 비위 의혹이 불거졌다.

게임위 설치근거 및 주요임무 캡처 화면. ⓒ 게임위 홈페이지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민감사 형태로 게임위를 감사원에 신고했다.
국회 상임위를 통해 감사를 청구할 수도 있었지만 이상헌 의원은 "게임 이용자의 직접적인 참여가 우리나라 게임 생태계를 바꾼다"며 국민감사를 추진했다. 국민 감사 접수는 주말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앞에서 4시간가량 진행됐으며, 의원실 집계 5489명이 감사청구에 함께 했다.
몇 개월간의 감사를 통해 감사원은 7000억원 이상의 국민 혈세가 낭비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위는 거짓으로 감리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종용하고, 블록체인 기술의 등급분류시스템 활용여부를 검증한다면서 용역을 거짓으로 진행하기도 했다.
감사원은 "통합시스템의 과업 진척률도 97%이라고 했지만, 실제 진척률은 47%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김규철 게임위원장에게 책임자 문책요구(정직), 업무정지 처분 등을 통보했다.
이에 게임위 위원장은 "감사원 처분 요구사항을 철저히 이행할 것"이라며 "비위행위가 확인된 용역업체, 책임자 등에 대한 형사고발과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본부장급은 전원 보직 사퇴했다"고 밝혔다.
이번 비위 사건에 대해 이상헌 의원은 "보수적인 게임 검열과 규제로 일관하던 게임위가 정작 기관 내부는 곪아 썩어가고 있었다"라며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게임 이용자가 감당해야만 했다. 게임위가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전면적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위는 그동안 부실 행정, 밀실 심사 등 부정적 키워드로 범벅돼 행정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잃었다. 어린이용 게임에 나체의 여성이 등장하는 '인앱 광고'를 제지없이 승인하는 한편 멀쩡히 서비스되던 게임에 돌연 19금 빨간 딱지를 붙여 게이머들의 공분을 샀다. 아울러 '바다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슬롯 게임에 전체이용가 등급을 부여한 사실로 비난받기도 했다.
문제는 납득하기 어려운 심사 결과에 대해 반추해볼 근거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밀실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게임위는 지난해 4년간 3828건의 게임을 심의 상정했는데, 대부분 비공개다. 아울러 소속 위원이 의견을 개진한 사례도 227건에 불과했다. 이상헌 의원은 감사 당시 "게임위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몇 해 동안 계속됐음에도 이어진 '밀실심사'가 이번 논란을 키운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게임위 내 '게임 전문가'도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같은 전문성 결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게임 전공자가 적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게임 사후 모니터링도 적잖은 문제다. 게임위가 그동안 자체등급분류한 게임물만 수백만건에 이른다. 하지만 모니터링 요원은 지난해 기준 200명 정도다. 제대로 된 게임물 관리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면서 규제의 틀도 변화가 필요하지만, 현실은 국내 게임사들이 게임위의 입맛 맞추기에 급급한 실정”이라면서 “규제보다는 사후 모니터링 강화 방안을 게임산업에 적용하는게 오히려 옳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게임위의 비위행위를 엄단하고 강도 높은 구조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문체부는 "공공기관으로서의 기본적인 책임감 및 개선의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하고, 과감한 개혁을 통해 게임이용자들의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재도약해줄 것을 게임위에 주문했다"며 "문체부는 게임위의 혁신과정 전반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감사원 처분요구 사항 이행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