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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시위 신고 시 시위 물품 사전심사 강화 절실"

시위대 거센 반발에 철거 실행 부담…사회적 비용 최소화 대책 시급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3.06.27 10:59:31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인근(서울 양재동)에 무분별하게 게시됐던 불법 시위 설치물들이 일제히 철거됐다. 해당 지역은 막무가내 1인 시위와 집회가 벌어지는 대표적 장소다. 

최근 서울 서초구청이 현대차그룹 사옥 인근의 명예훼손 시위용 현수막과 불법 대형 천막, 고성능 스피커 등 시위 설치물을 철거하는 '행정대집행(行政代執行)'을 실시했다. 

'행정대집행'은 특정 단체 및 개인이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관청이 직접 또는 법률에 의해 제3자로 하여금 시설물 철거 등 의무 내용을 집행하는 행정 행위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단체나 개인이 부담하게 된다.

이번에 철거된 불법 설치물은 현대차그룹 사옥 인근에서 10여 년째 시위를 이어오고 있는 A 씨가 설치한 것들이다. 그동안 A 씨는 자신과 판매대행 계약을 맺었던 판매대리점 대표와의 불화 등으로 계약이 해지되자 기아에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해당 판매대리점 대표는 개인사업자로 기아와 무관해 A 씨의 원직 복직 요구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

기아에 원직 복직을 요구하는 불법 설치물. ⓒ 독자제공


그럼에도 A 씨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악의적 사실왜곡, 모욕적 표현을 담은 현수막과 띠지 등을 다수 게시하고 보행로를 가로막은 불법 대형 천막을 장기간 설치했다. 

A 씨가 부착한 수많은 시위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상 불법 광고물이다. 지정된 게시대를 이용하지 않았으며, 시위가 열리지 않는 심야시간대 등에도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았다.

특히 사거리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늘어섰던 다수의 배너형 현수막은 운전자 시야를 가려 차량은 물론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더욱이 천막 내 화재에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 장비도 구비되지 않아 대형사고 우려도 제기됐다. 이외에도 출퇴근 시간대에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가요, 인격모독성 발언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내며 시민들의 피해를 입혔다.

◆시민 불편에도 지자체는 행정대집행 부담

이처럼 불법 시위 적치물로 인한 사회적 피해가 막대함에도 서초구청 사례와 달리 관할 지자체 등 행정 당국이 선뜻 규제에 나서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불법 설치물이 제거된 모습. ⓒ 독자제공

국회의사당 정문 앞 인도는 천막 10여동과 현수막 등으로 어지럽게 뒤덮여 있고,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에 위치한 호텔 인근에도 노조가 설치한 대형 천막이 보행로 절반가량을 가로막고 있지만 1년 이상 철거되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구 KT 사옥 앞에서는 부당 해고를 주장하는 개인이 현수막을 내걸고 수년간 노숙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도 지자체가 법 규정에 따른 행정대집행을 꺼려하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시위대와 몸싸움이 벌어져 부상을 입는가 하면, 철거에 따른 비용을 청구하면 오히려 지자체를 상대로 정당성을 따지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행정대집행을 실시하더라도 시위대가 첨탑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거나 지자체 청사 로비를 점거하고 철거된 시위물품 반환을 요구하는 등 극심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지자체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악의적 사실왜곡 또는 모욕적 표현을 담은 현수막과 띠지. ⓒ 독자제공

이에 대해 서울의 모 구청 관계자는 "불법 천막에 철거 등 행정상 의무이행을 촉구하는 계고장을 발부하러 갈 때도 시위대 측의 난폭한 대응에 '사실상 목숨을 걸고 현장에 간다'고 말할 정도로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불법 시위물품 적발 시 접수 불이익 강제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 시위 물품이 대다수 시민의 일상을 침해하지 않도록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경찰의 집회·시위 신고 접수 단계에서부터 보행로 점거 대형 천막과 거친 명예훼손 표현이 가득한 형형색색 현수막 등 불법 시위 설치물에 대한 사전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는 집회·시위를 개최하고자 할 때 옥외집회 신고서에 '준비물'로만 기재하면 △현수막 △입간판 △스피커 등 시위 물품을 개수에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다. 즉, 한 명이 수십 개의 현수막을 부착하거나 보행로를 가로막는 불법 대형 천막도 사전심사 단계에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현수막과 띠지들이 제거된 모습. ⓒ 독자제공

동시에 시위 도중 불법 시위 물품이나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 이후 집회·시위 접수에서 불이익을 강제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시위 신고와 별개로 확성기를 사용하려면 관할 경찰서장에게 별도의 소음허가를 받아야 하는 미국 뉴욕이 대표적 사례이다. 여러 날에 걸쳐 시위가 이뤄질 경우 시위 신고는 최초 1회만 해도 되지만, 확성기 소음허가는 매일 새롭게 받아야 한다. 만일 전날 시위 소음이 과도하거나 인근 주민의 불편이 초래되는 경우 소음허가를 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다수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행정대집행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집회·시위 신고 때 시위 물품에 대한 사전심사를 강화하고 실제 시위과정에서 불법 시위 물품이 발견되거나 불법 행위가 빈번하게 적발되면 이후 집회·시위 접수 때 불이익을 강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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