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정유사들이 고유가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지난해와 달리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저유가 기조로 인해 정제마진이 하락, 실적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불안한 시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유사들은 점차 새로운 먹거리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 대표 사업이 바로 전기차 충전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을 포함해 △ GS칼텍스 △ 에쓰오일 △ HD현대오일뱅크 '정유 4사' 1분기 영업이익은 불과 1조45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동기(4조7600억원)에 비해 급감한 수치다. 이런 부진이 하반기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유가에 따라 정유사들의 실적이 크게 좌우되자, 보다 안정적 매출 확보 차원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맞아 충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 미래 핵심 사업으로 전기차 충전사업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나아가 '탄소중립 시대'에 맞춘 ESG 경영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는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 독일 컨설팅 회사 롤랜드버거에 따르면 올해 550억달러(약 71조원) 수준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 규모가 오는 2030년 3250억달러(약 424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사들은 이런 사업 경쟁력을 확보한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는 기존 주유소 또는 해당 부지를 충전소로 전환할 수 있어 다른 업계보다 인프라 확보에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유소는 지역 요지에 위치해 접근이 용이하고, 충전시설 설치를 위한 충분한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라며 "충전시설만 잘 갖춘다면 즉시 상업화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정유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 활동을 펼치고 있는 건 HD현대오일뱅크다. HD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충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수도권 지역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로의 전환 작업에 돌입한다. 이는 주유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기존 주유소와 충전소가 결합된 형태로, 오는 11월까지 40개소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 자회사 SK에너지는 연료전지나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기로 충전 가능한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확대한다. 향후 전기사업법 등 규제가 완화되면 전기차 충전 고객에게 전기를 직접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S-OIL, 010950)의 경우 기존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은 물론, 다양한 문화 시설까지 누릴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주요 거점 주유소를 중심으로 충전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GS칼텍스 역시 이미 2020년 한국전력과 협력을 바탕으로 주유소·액화석유가스(LPG) 충전소 등에 한전 충전기를 설치한 바 있다.
다만 충전 성능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실제로 충분한 수익 창출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어 아직은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선제적 차원에서 전기차 충전소를 확보하곤 있지만, 당장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아 단기간 충전소를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며 "전기차 보급이 보다 활성화되는 동시에 30~40분에 달하는 충전 시간 등을 줄여야 수익성 확보에 유리할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주요 대기업들의 사업 진출도 정유업계 해결 과제로 꼽힌다. 다만 업계 특유 강점으로 이를 충분히 극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일 업종 가운데 주유소는 네트워크가 상당히 큰 편이다"라며 "이는 주유소 활용 사업에 있어 가장 큰 강점이다"라고 바라봤다.
그는 이어 "더군다나 주유소가 지역 거점 등 뛰어난 입지를 확보하고 있어 정유사에게 유리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