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위치한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축구장 조성' 문제에 대해 구로구와 인근 주민들 간의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27일 인근 주민들 30여명이 구로구청을 찾아 시위를 벌이는 등 강경한 자세를 취해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고척1·2동과 개봉 1·2동, 오류동 등 인근 주민들의 주장은 "공원에 인조잔디를 조성하지 않기로 한 것은 10년전부터 결정이 난 이야기다"며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이렇게 심한데 왜 자꾸 인조잔디를 조성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구로구가 고척근린공원 내 축구장에 인조잔디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공원 인근 주민들이 구로구청을 찾아가 시위를 하고 있다. = 김경태 기자
지난 2006년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구장 조성사업에 예산 13억원을 확보했지만 당시 인근 주민 설문조사와 전화 여론조사에서 반대가 많아 1회 무산됐고, 지난 2011년 구로구축구연합 회원들과 공원 인근 주민들 사이 의견이 엇갈리며 또다시 인조잔디 구상이 조성되지 못한 바 있다.
이에 구로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바로 인조잔디를 조성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주민설명회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주민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는 구청 관계자의 말에 주민들은 오히려 더 역정을 냈다.
시위에 참여한 한 주민은 "누구를 위한 주민설명회인지 모르겠다"며 "주민설명회가 찬성을 유도하고 있을뿐 아니라 어르신들은 어떻게 참여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조잔디 구장에 대한 찬반 투표에서 '반대'를 눌렀는데 인조잔디를 반대하는 이유 등 인조잔디를 설치해야 한다는 식의 답변으로 이어진다"며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는 "예를 들어 목동 열병합 발전소가 있는데 자금을 양천구에서 받아서 신도림고 옆에 세운다고 했을 때 그것이 맞는 것인가"라며 "이는 쓰레기 처리장을 설치하는데 인근 주민들의 의견은 무시하고 전혀 관계 없는 다른 주민들의 의견에만 귀 기울이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구로구청에서 구로구 주민 대상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조성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실제 구청에서 진행하는 고척근린공원 인조잔디 조성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인조잔디 조성 찬반 △인조잔디 조성 반대 이유 △인조잔디 조성 후 축구 활동시 안전관리 의견 △고척근린공원 내 순환(조깅)트랙 설치 의견 △고척근린공원 운동장 내 조명탑 설치 의견 △기타 의견 등 '반대'를 선택하더라도 나머지 응답을 계속해야 하도록 돼 있다.
이에 구로구 관계자는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구로구에는 여러 개의 동이 있는데 설문조사에서 공원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많다면 인조잔디 조성을 하지 않는 것이 충분히 고려 대상이 된다"며 "공원과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 이용도 하지 않는데 인조잔디 조성이 좋아 보여 찬성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일단 설문 조사를 실시해 봐야 어떤지 알 수 있지 않겠냐"며 "인조잔디 조성은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하는 것이고, 절대 일부 축구 단체나 체육회를 위한 것은 절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오신 주민분들의 반대 입장은 충분히 알겠고, 어르신들이 설문조사에 참여를 하기 힘들다는 입장도 이해했기에 추가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설문조사를 다시 어떻게 할지 고민해 보겠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한 또 다른 주민은 "현재 무료로 공원을 이용하고 있는데 인조잔디가 조성되면 유료로 변경될 가능성이 크고, 축구 동호인이 많이 사용하게 될 텐데 이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구청장님께서 휀스를 치지 않겠다고 했는데 5년 후 임기가 끝난 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처럼 시위에 참여한 주민들은 불평과 문제점을 계속해서 꼬집으며 구청장 면담을 요구하자, 문헌일 구로구청장이 직접 나와 해명했다.

고척근린공원 인근 주민들이 인조잔디 조성을 반대하는 팜플렛을 제작해 전달하고 있다. = 김경태 기자
문헌일 구로구 구청장은 "고척근린공원은 구로구 주민 전체가 이용하는 곳이다. 지금 일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보자"며 "어르신들이 설문조사에 참여하기 힘들다는 점과 설문조사가 편향적인지도 다시 한 번 확인하겠다. 심도있게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문 구청장은 "지금 이렇게 인조잔디 조성을 반대하러 오신 분들도 있지만 찬성 하러 오신 분들도 있다"며 "설문조사는 외부 사람들이 절대 참여 못하게 하고, 일단 설문조사는 시작을 했으니 결과를 지켜보자"며 답을 유보했다.
한편 문 구청장은 지난 주민과의 상담에서 고척근린공원 인근 주민들을 대상으로 먼저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공정성을 위한다는 명목에 구로구 전체 주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면서 공원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더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설문조사에서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반영해 주겠다고 했지만 구로구 전체적으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찬성이 많을 경우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