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전기차 보급을 강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차량 배출용 온실가스 기준을 강화한 새로운 규제안을 내놨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60일간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번 규제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12일(현지시간) EPA는 오는 2032년 미국 내 신차 판매 대수의 67%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탄소배출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021년 내걸었던 2030년 신차 판매 50% 이상의 전기차 보급 목표보다 엄격한 규제다.
탄소배출 한도를 맞추게 함으로써 완성차업체들이 2032년까지 판매하는 신차 가운데 3분의 2를 전기차로 채우는 것을 강제하는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많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 중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계획이 지나치게 급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EPA는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성능의 70% 이상을 차량운행 8년 뒤에도 유지하도록 하는 등 배터리 최소성능기준도 함께 도입했다.
EPA는 새 기준을 맞추려면 차 한 대당 비용이 1200달러(2023년식 기준)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는 동시에 연료비 절감 등 전체 경제적 편익이 비용을 능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EPA는 "이번 규제안이 확정되면 2055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0톤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다"라며 "제안된 규칙은 기술적으로 실현할 수 있고, 제조사들이 규정을 준수하는데 발생하는 비용도 합리적인 수준일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새 규제안은 2027년식부터 2032년식 차량에 적용된다. 이산화탄소(CO₂)와 비메탄계 유기가스(NMOG),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 등의 배출 허용량을 6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여가는 것이 골자다. 새로운 기준이 도입되면 미국 내 전기차는 2032년식 승용차의 6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의 내구성 및 품질보증 기준의 경우에는 차량운행 5년 또는 주행거리 6만2000마일 동안 원래 배터리성능의 80%를, 8년/10만마일 동안 70%를 유지하도록 하는 최소성능기준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제조사들은 차량에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도 설치해야 한다.
이외에도 EPA는 배터리와 관련 전동장치(electric powertrain)의 품질을 8년/8만마일 동안 보증하도록 했다.
다만, 이처럼 강화된 배출기준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글로벌 자동차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우려의 시선이 상당하다. 생산 역량과 현지 시장 수요 등 여러 변수들을 고려했을 때 EPA의 새로운 기준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특히 강화된 기준을 맞추려면 내연기관 기술 개선으로는 한계가 있어 배출량이 적은 전기차 판매 비중을 대폭 늘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5.8%에 불과한데, 10년 이내에 전기차 판매 비중을 67%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대다수 완성차업체들이 여전히 내연기관 모델 비중이 큰 만큼, 전기차 보급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내연기관 모델을 판매하는 만큼 과징금도 내야 한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도 당장 미국 전기차시장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해야 할 상황이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를 합산한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3.9% 수준에 그친다. 당초 현대차는 2030년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의 58%를 전기차로, 기아는 47%를 채우는 것이 목표였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미국의 새로운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더미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전기차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현지 생산 공장을 확보하고, 배터리 수급 상황을 개선해야 하고, 반도체 및 배터리 등 전기차 핵심 부품과 관련된 충분한 원자재 확보, 대규모의 전기차 충전소 확도 등이 필수로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향후 소비자들의 전기차 신차 수요가 충분할지도 불확실한데다,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업체들만의 역량으로는 부족해 각국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