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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 수비' 美 전기차시장, 사활 걸었던 현대차그룹은 당혹

2032년 신차 중 67% 전기차 구성…현지 전략 전면 재검토 불가피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3.04.12 14:03:21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와 기아(000270)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테슬라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며, 미국 전기차시장에서 꽃길만 걸을 거 같던 전망에 악재가 겹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nflation Reduction Act, IRA)과 가격경쟁, 설비 투자까지 늘려야 하는 압박감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더욱 획기적으로 줄이고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고자 오는 2032년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대체하도록 하는 규제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대체하겠다고 발표한 목표치보다도 대폭 상향된 조치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오는 12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승용차 및 소형트럭 탄소배출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규제안은 전기차 판매 규모나 비중을 규정하지 않고 있지만, 2027~2032년 전체 판매 차량의 탄소배출 한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기업평균연비규제(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CAFE)로 불린다.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 기아


즉, 탄소배출 한도를 맞추게 함으로써 완성차업체들이 2032년까지 판매하는 신차 가운데 3분의 2를 전기차로 채우는 것을 강제하는 셈이다.

이번 규제안은 지난해 미국이 전기차 수요를 촉진하기 위해 발표한 IRA과 맞물린 것을 넘어 강제력 강도가 더 높다. IRA가 북미 최종 생산 규정을 지킨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면, 이번에는 전체 완성차가 대상이다.

IRA는 미국에서 생산된 새 전기차를 구매할 시에만 소비자에게 7500달러에 이르는 세액공제를 제공해 주는데, 리스 차량이나 상용 전기차가 IRA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완성차업체 입장에서는 숨 쉴 수 있는 숨구멍이 있었다.

문제는 10년 이내에 전기차 판매 비중을 67%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규제안이 실제로 적용된다면 미국에서 전기차를 판매하는 완성차업체들에게는 엄청난 부담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5.8%에 불과한데다가, 전기차 보급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하는 만큼 과징금도 내야 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조 바이든 정부가 구상하는 '2032년 전기차 비중 67%'에 부합할 수 있는 완성차업체가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꽤 심각한 규제안이다"라며 "배터리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을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는 업체는 더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어 "구체적으로 어떤 규제안이 나오는지 지켜봐야겠지만 67%라는 목표치는 분명 현대차그룹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수치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현대자동차그룹도 당장 미국 전기차시장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를 합산한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3.9% 수준에 그친다. 아울러 당초 현대차는 2030년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의 58%를 전기차로, 기아는 47%를 채우는 것이 목표였다. 

물론, 현대차·기아가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국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도 시작했지만, 67%라는 목표치는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과 지금의 전략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기존 앨라배마 주 공장과 조지아 주 공장의 전기차 추가생산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6조3000억원이 투입돼 2025년에나 완공될 예정이었던 조지아 주 전기차 공장 완공 시기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길 계획이다. 나아가 생산도 문제지만, 판매 목표 대수는 더 높여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많은 완성차업체들이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 중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의 계획이 지나치게 급진적인 탓에 법적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논란도 나온다. 대다수 완성차업체가 현실적으로 규제를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고 강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서다.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그도 그럴 것이 완성차업체들이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더미다. 전기차를 생산할 현지 생산 공장을 확보하고, 배터리 수급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 반도체 및 배터리 등 전기차 핵심 부품과 관련된 충분한 원자재 확보도 필수다. 대규모의 전기차 충전소와 전력 수요를 위한 전력 그리드 확보도 있다. 

무엇보다 향후 소비자들의 전기차 신차 수요가 충분할지도 불확실한데다,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완성차업체들만의 역량으로는 부족해 각국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이렇게까지 급진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은 글로벌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겠다는 행보도 있지만, 여기에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정책을 내년 대선까지 노리겠다는 전략처럼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정확한 발표가 나온 뒤에 현대차그룹은 생산량 확대 등 그에 걸맞은 대응에 서둘러야 함에는 분명하다"며 "현대차그룹은 이번 규제안을 계기로 생산 목표치를 늘리고, 정부도 미국 정부를 만나 정상회담 등에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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