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GM이 지난해 드디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3년 이후 9년 만이다. 지난해 한국GM은 △매출 9조102억원 △영업이익 2766억원 △당기순이익 210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GM은 올해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성과를 달성하고자 △비용절감 △성공적인 신차 출시 △수입 포트폴리오 확장 △성장을 위한 신사업 도입 등에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한국GM 행보가 불안하다. 한국GM 전략이 국내 생산 모델 보다 수입 판매 모델 라인업이 더 다양해져서다. 특히 한국GM은 오는 2025년까지 총 10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인데, 국내 생산 모델이 전무하다.
이에 한국GM 노조는 그동안 줄곧 부평2공장을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부평2공장은 말리부와 트랙스 단종에 따라 지난해 11월 이후 생산 가동을 완전히 멈췄다. 여기에 부평1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와 뷰익 앙코르 GX의 경우 오는 2026년 3월 단종이 예정돼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제너럴 모터스의 글로벌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쉐보레의 엔트리 모델이다. ⓒ 한국GM
노조 입장에서는 상당한 고용 타격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전기차 생산이 절실하다. 전동화 가속화 등 자동차산업이 변혁기를 맞은 가운데 전기차 생산 일감 확보에서 자신들이 제외된 만큼 '안정적인 고용'을 보장받기 위해 국내 공장 내 전기차 생산 유치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너럴 모터스(General Motors, 이하 GM)로서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흥행과 그 흥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도 그럴 것이 GM은 앞서 트랙스 크로스오버만을 위해 창원공장에 9000억원, 부평공장에 2000억원 총 1조1000억원의 막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더욱이 이처럼 사활을 걸었던 신작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확실한 구세주 역할로 힘을 보태고 있다. 국내에서 사전계약 4일(영업일 기준)만에 계약 건수 1만대를 돌파했는데, 이는 쉐보레가 국내에 출시한 신차 사전계약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상당해 이미 지난 2월 5000여대를 첫 선적했다.
즉, 국내뿐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요구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물량을 최대한 맞춰야 하는 여러모로 행복한 고민에 빠진 상황에서 부평공장 내 전기차 생산 유치를 고려할 필요가 급하지 않은 셈이다.

2025년까지 국내 출시되는 GM의 전기차 10종. ⓒ 한국GM
무엇보다 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를 앞세워 창원과 부평 공장의 생산량을 최대 생산량인 50만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기에, GM의 국내 공장 생산 계획에 전기차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또 이미 국내 공장에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위해 1조1000억원이라는 자금이 투입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전기차 생산을 위한 시설 전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할 여력도 없다.
국내 공장의 전기차 생산 시설 유치와 관련해 한국GM은 "GM의 한국 공장 생산 계획에 전기차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며 "전기차 생산 결정은 GM의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연계가 돼야만 확정될 수 있는데, GM은 이런 결정 절차를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GM은 국내 자동차시장이 CUV에 대한 수요가 매우 많은 상황인 것을 고려해 추후 CUV 라인업 내 첫 번째 파생 차종은 창원공장에서, 두 번째 파생 차종을 부평공장에서 각각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한국GM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는 것을 두고 한국GM의 활용도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노조가 전기차 물량 확보를 위해 그동안의 관례처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에서 또다시 무리한 파업을 무기로 회사를 괴롭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내는 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흥행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기 때문이다.
노조의 파업 카드가 유일한 국내 생산 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생산 차질로 이어져 회사에 극심한 피해를 입힌다면, 이제는 탄탄한 수출 기지로 자리 잡은 지위마저 보장이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GM은 자신들의 미래가 전동화라고 강조하면서도 한국GM에게는 전기차 생산의 기회를 전혀 주지 않고 있는 탓에 여러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며 "GM 시각에서 한국사업장은 노사관계 리스크가 굉장히 큰데, 그렇다고 올해 노조가 파업 카드를 꺼낸다면 우려스러운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전기차 생산 배정이 없을 경우 앞으로 상당한 고용 타격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전과 같은 노사관계를 유지한다면 추가 생산 물량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며 "노조로서는 일단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에 집중해 파생 모델 추가 생산으로 이어지는데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GM의 지난해 흑자전환에 있어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단연 수출이다. 내수판매 감소세가 상당한 것과 다르게 트레이블레이저를 앞세워 집중한 수출은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한국GM 수출은 24.6% 증가한 22만7638대를 기록한 반면, 내수판매(3만7237대)는 31.4% 감소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혼자서 내수 1만4561대, 수출 15만5376대 총 16만9937대를 책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GM이 수출기지로 전락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으며, 국내 생산 모델 라인업 보다 수입 판매하는 모델 라인업이 더 다양해진 탓에 한국GM이 '국산차' 타이틀을 달기 애매해졌다.
이를 의식한 한국GM은 지난 2월 자신들이 '한국GM'으로 불리기보다 GM이 보유한 수많은 사업장 중 하나인 '한국사업장'으로 불리는 것을 선택했다. GM 일원으로써 사명과 소명을 다하기 위함이다. 한국GM이 앞으로 '국내 완성차업체' 보다는 수입 판매사 또는 생산기지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GM은 "GM의 한국사업장은 본사가 미국에 있는, 뼛속까지 미국 브랜드다"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