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건물 전경. ⓒ 금융감독원
[프라임경제] 금융감독원이 일부 증권사들의 성과급 보수 체계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업권 전반의 부진한 실적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주주총회 후 성과급을 확정지은 증권사들로부터 연차보고서 등 보수 체계 관련 자료들을 제출받았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태로 유동성 지원을 받았던 곳과 PF발 위기가 컸던 증권사들이 대상이다.
앞서 일부 증권사들은 PF 리스크로 인해 유동성 지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급 잔치까지 벌였다는 부정적 시선이 들끓자 금융당국이 칼을 빼든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월 "그동안 부동산 PF 및 단기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은 일부 증권사의 경우 임직원들의 성과급 지급 및 현금 배당 등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성과 보수를 규정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체계는 잘 설계됐는지 검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사 후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해 실적 부진에도 많은 성과급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1위는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로 55억원을 벌었다. 이어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 51억원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24억원 등이다. 이들 모두 작년과 비교하면 약 10억원에서 30억원 가량 연봉이 늘어났다.
지난해 증권사 58개의 당기순이익은 2021년 대비 50.3% 반토막났다. 같은 기간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은 2021년 12.5%에서 지난해 5.8%로 6.7%p나 떨어졌다.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악화된 상황에서 증권사 CEO부터 많은 보수를 챙겼다는 의미다.
다만 증권업계는 2021년 호실적에 대한 성과 보수가 이연 지급됐다고 해명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상장회사는 2조원) 이상 증권사는 성과보수의 40% 이상을 3년 이상 나눠서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자산 5조원 이하 증권사는 이연 여부를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봉에는 2021년도 성과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증권업계 설명이다. 지난 2021년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동 자금이 대거 시장에 풀리면서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한편, 금감원의 이번 검사로 '클로백' 제도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클로백 제도는 임원이 기업에 손실을 입히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경우 성과급을 환수하거나 유보할 수 있다. 성과급 이연에 대해선 40% 이상을 3년간 이연하도록 하도록 조치할 수 있다. 하지만 클로백 의무화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