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출시 전부터 어깨가 무거웠다. GM 한국사업장의 내수판매와 수출을 모두 책임져야하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즉,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삐끗하기로라도 한다면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국내 철수 같은 일….
특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국내 공장의 50만대 생산을 이끌어내야 하는 탓에 우려의 시선들도 상당했다.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단순 숫자 계산만 해본다면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올해 30만대 이상을 책임져줘야 한다. 지난해 트레일블레이저는 내수시장 1만4561대, 수출시장 15만5376대를 합해 총 16만9937대를 책임졌다.
다소 무리수처럼 보이는 계획임에도 GM 한국사업장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성공을 확신했다. 미국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당연히 성공할 거라는 자신감이다. 이런 자신감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들기 충분했지만, 두고 보면 알 일이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제너럴 모터스의 글로벌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쉐보레의 엔트리 모델이다. ⓒ 한국GM
열화와 같은 부정적 전망 속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드디어 등장했고, 그 출발은 GM 한국사업장 바람대로 꽤 산뜻하다. 사전계약을 실시한 지 4일(영업일 기준)만에 계약건수 1만대를 돌파했다. 이는 쉐보레가 국내에 출시한 신차 사전계약 중 역대 최고 기록이다.
그래서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시승했다. 정말 GM 한국사업장의 미래를 맡겨도 될 녀석인지, 아니면 잠깐 반짝할 녀석인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시승코스는 킨텍스(경기도 고양)에서 출발해 소풍농월(경기도 파주)을 다녀오는 70여㎞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날렵하다. 전장 4540㎜, 전폭 1825㎜, 전고 1560㎜의 차체를 통해 늘씬한 비율과 함께 넓고 낮은 차체 스탠스를 구현한 덕분이다.
크로스오버 특유의 슬릭한 비율과 스포티함이 공존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크로스오버를 상징하는 알파벳 X 형상이 차체 디자인 전반에 디테일을 살리는 요소로 활용됐다. 넓은 휠베이스와 근육질의 보디라인, 낮게 떨어지는 루프 라인 등의 디자인 요소를 통해 크로스오버 특유의 역동성을 표현했다.

RS 트림은 레이싱에 뿌리를 두고 있는 쉐보레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담아 날렵한 디자인과 역동적인 퍼포먼스에 중점을 둔 모델이다. = 노병우 기자
특히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소비자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스포티한 디자인을 강조한 RS 트림과 아웃도어 느낌을 강조한 ACTIV 트림으로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인다.
시승에는 RS 트림이 사용됐다. 랠리 스포츠(Rally Sport)를 의미하는 RS 트림은 익스테리어에 19인치 카본 플래시 머신드 알로이 휠, 블랙 아이스 크롬 그릴바, 블랙 루프, 블랙 트랙스 레터링, RS 뱃지 등 RS 전용 외장 옵션이 추가됐다.
쉐보레 모델들이 출시될 때마다 매번 수없이 아쉽게 느껴졌던 실내 변화가 제일 반갑다. 전면 디스플레이가 플로팅 타입인데, 8인치 컬러 클러스터와 11인치 컬러 터치스크린으로 구성된 듀얼 스크린이 탑재됐다. 중앙 터치스크린은 운전자를 향해 약 9도 기울어져 있어 보다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주행정보와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기능을 지원한다.
RS 트림의 경우 젯 블랙&레드 포인트 RS 전용 인테리어가 적용됐다. RS 인조가죽 시트, 글로스 블랙 IP 및 프론트 도어 데코 패널, D컷 스티어링 휠, 프론트 도어 실 플레이트, 블랙 헤드라이너 등이 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스포츠카에서나 볼 법한 디자인 요소를 통해 크로스오버 특유의 역동성을 표현했다. = 노병우 기자
공간도 여유롭다. 2700㎜의 넓은 휠베이스와 함께 쉐보레 모델 가운데 짧은 리어 오버행을 통해 보다 넓고 쾌적한 2열 레그룸을 실현했다. 높게 설정된 바닥은 운전 중 시야 확보에 유리하고 편리한 승하차를 도우며, 뒷좌석 6:4 폴딩시트는 적재공간을 더욱 확장해 짐을 싣거나 캠핑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에 적용이 가능하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파워트레인은 GM 최신 기술이 적용된 E-Turbo Prime 엔진이 탑재됐다. E-Turbo Prime 엔진은 말리부와 트레일블레이저에 적용돼 뛰어난 파워와 연비를 입증한 바 있다.
다만, 트랙스 크로스오버에는 이들보다 조금 더 콤팩트한 사이즈의 신형 1.2ℓ E-Turbo Prime 엔진이 적용됐으며 △최고출력 139마력 △최대토크 22.4㎏·m의 준수한 퍼포먼스를 갖췄다. 여기에 GENⅢ 6단 자동변속기와의 조합을 통해 복합연비는 ℓ당 12.0㎞(RS 트림, 19인치)다.
특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바디 스트럭처는 GM의 최신 설계 프로세스인 '스마트 엔지니어링'을 통해 설계됐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인테리어는 쉐보레의 차세대 디자인 언어를 통해 운전자 중심으로 디자인됐다. = 노병우 기자
스마트 엔지니어링은 다양한 주행상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함으로써 하중이 실리는 부분을 파악해 보강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무게를 덜어내는 설계 방식이다. 최신 쉐보레 모델들이 경쟁 모델보다 크고 강성이 높은 차체를 적용하면서도 경량화를 실현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스마트 엔지니어링 덕분이다.
출발이 굉장히 가벼우면서도 잽싸다. 전반적인 세팅은 편안하고 부드러움에 맞춰진 듯 했다. 더할 나위 없이 도심에 제격인 모습이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밟을수록 쭉쭉 잘 뻗어나간다. 고속으로 질주할 때는 차체가 살짝 흔들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속도계가 가리키는 것보다 체감속도가 낮다.
사실 '1.2ℓ'라는 배기량 숫자만 봤을 때는 힘이 턱 없이 부족할 것이라는 판단을 섣부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쉐보레 다른 모델들을 통해 E-Turbo 엔진을 경험했던 만큼 트랙스 크로스오버 역시 믿어 의심치 않았고, 역시나 기대를 만족시켰다. 시승하면서 느낀 두터운 토크감과 함께 가속감은 1.2ℓ라는 생각을 전혀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

실내에는 젯 블랙 & 레드 포인트 RS 전용 인테리어가 적용됐다. = 노병우 기자
단단한 접지력을 앞세워 코너링에서는 날카롭게 파고들었다가 곧바로 자세를 빠르게 다잡았고, 서스펜션 세팅은 너무 물렁하지도 않다. 핸들링은 저속에서는 부드럽게, 고속에서는 단단하게 잡아주는 등 정교했다. 아울러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기능을 탑재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반대 특성을 가진 음파로 상쇄시켜 실내 정숙성을 높였다.
GM 한국사업장이 입이 닳도록 강조한 트랙스 크로스오버 옵션들이 있다. 오직 국내 고객을 위한 특화 옵션인데 △오토 홀드 기능 △2열 에어벤트 △파워 리프트게이트 △LED 테일램프△LED 방향지시등 일체형 아웃사이드 미러 △샤크핀 안테나 등이다.
물론 '요즘 나오는 모델들 중에 이런 게 없는 모델이 어디 있어?' 하겠지만, 쉐보레에게는 굉장히 특별(?)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토 홀드 기능의 경우 국내에 판매되는 쉐보레의 글로벌 모델 중 최초로 적용됐다.
한편, 크로스오버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 세터를 목표로 하는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국내 판매가격(개별소비세 인하 기준)은 △LS 2052만원 △LT 2366만원 △ACTIV 2681만원 △RS 2739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