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업계의 '크립토 스프링'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오는 4월 예정된 악재로 한파가 올 것이라는 전망 등으로 투자자들이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하고 있다. = 박기훈 기자
[프라임경제] 비트코인의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가상자산 업계의 '크립토 스프링(Crypto spring, 암호화폐 강세장)'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특히 실리콘밸리은행(SVB)을 비롯한 주요 은행권의 위기가 대두되면서 대체자산에 대한 관심도 증가 중이다.
하지만 바로 다음 달에 예정된 여러 악재들로 인해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 암호화폐 침체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와 더불어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까지 최근 체포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현재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 "은행 위기가 기회" vs "아시아 전염 시 타격"
지난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적인 통화정책과 함께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까지 겪으며 '반토막'의 나락을 경험한 비트코인이 올해 1월과 2월 금리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와 글로벌 경기 개선 여파로 인해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이 달 들어선 SVB와 크레딧스위스(CS) 사태 등 글로벌 은행이 잇달아 쓰러지면서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비트코인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이번 달에만 연초 이후 약 80% 상승한 2만8000달러대까지 올라섰다. 2만8000달러 돌파는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버게이트 은행(Silvergate Bank), SVB, 시그니처 은행(Signature Bank)이 차례로 파산하며 미국 지역은행에 대한 불안이 발생했다"며 "미 연준과 금융당국이 개입했으나 타 국가 은행으로 우려가 번지는 등 은행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상황은 '비트코인 모먼트(Bitcoin Moment)'에 해당한다"며 "뱅크런의 위험이 없는 자산인 비트코인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탄생 이유 자체가 은행시스템과 정부의 금융 개입으로부터의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보유자 수나 일일 사용자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하진 않겠지만 이번 뱅크런 사태를 기점으로 FTX 파산 이후 비트코인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대중의 인식이 변화할 것이며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가 기대 가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밖에 한 고객들이 서 있는 모습. SVB는 캘리포니아 규정에 의해 폐쇄됐다. ⓒ 연합뉴스
하지만 빗썸은 3월 4주차 '빗썸 이지코노미'를 통해 "서방 은행의 위기가 확산될 경우 가상화폐 시장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아시아 금융시장 전염이 현실화될 경우 가상화폐 업체들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가상화폐 시장 과열로 인한 규제 강화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가상화폐 증권성 여부와 스테이블코인 규제 등에 대해 각국 감독기관은 규제 의지를 꺾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규제의 방향성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 '첩첩산중' 숙제…난관 봉착하나
하지만 비트코인 반등에 따른 가상화폐 시장의 훈풍은 이르면 다음 달 다시 차가워 질 수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가상화폐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한 번에 몰려오기 때문이다.
첫 번째 리스크이자 가장 중요한 이벤트는 지난 2년간 진행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 랩스와의 소송이다. 소송 결과는 4월 중 나올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SEC는 지난 2020년 12월 가상자산 리플이 법에 의한 공모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불법 증권이라고 판단해 리플 랩스와 최고경영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리플랩스는 리플이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SEC의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는 대부분 암호화폐의 '증권성'에 대한 시비에서 비롯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리플사의 소송 결과가 다른 암호화폐에도 적용될 것"이라며 "소송 결과는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큰 리스크 요인으로 꼽혀온 소송이기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는 오는 4월21일로 계획된 이더리움의 상하이 업그레이드다. 이번 업그레이드는 지난해 9월 합의 알고리즘을 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변경하는 머지 업그레이드에 이은 것으로, 그동안 스테이킹(이더리움의 비콘체인에 예치)된 이더리움의 출금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그동안 예치됐던 물량 총 1650만개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해당 개수는 유통량의 14%에 해당한다.
오 연구원은 "이더리움 머지 업그레이드 당시에도 직전 1개월간 이더리움 가격이 7월 1100달러에서 9월 1700달러까지 상승했다가 업그레이드 직후 1300달러대까지 재차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숙제는 마운트 곡스 보상안 물량이다. 2014년 85만개의 비트코인 해킹이 발생해 파산한 일본 마운트곡스 거래소의 채권자들의 변제도 오는 4월13일에 예정돼있다. 하루 유통량의 8% 수준인 총 13만7000개의 비트코인을 지급 개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급받은 채권자들의 일시 매도 우려가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루나 사태에서 루나재단 비트코인 총 8만개 중 6만~7만개 정도가 하루 이틀 사이 매도되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다만, 지난해보다 암호화폐 시장 환경이 개선됐음을 감안할 때 물량은 부담되지만 단기간 내 동반 투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소재 빗썸 고객센터 모니터에 가상화폐 실시간 거래 가격이 표시되고 있다. ⓒ 연합뉴스
◆ 권 대표 증권사기 혐의 기소…가상화폐 '줄도산' 될까
전문가들은 4월에 예정된 여러 이슈들이 아니더라도 섣부르게 샴페인 뚜껑을 따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제도권 금융시장이 안정된 후에도 가상화폐가 상승세를 유지할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까지 해외도피 중이었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에서 증권사기 등 혐의로 기소되면서 가상자산 업계는 '살얼음판' 상태다. 만약 국내외 법원이 테라·루나를 증권으로 판단하면 상당수 알트코인(얼터너티브 코인)이 미등록 증권으로 규정되면서 상장폐지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SEC는 모든 알트코인을 증권으로 주장하면서 계속된 제재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테라·루나 역시 무등록증권으로 판단해 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투자자들이 공동의 사업체에 투자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대로 투자에 나섰다는 것이 그 이유다.
만약 권 대표의 재판과정에서 법원이 증권사기 혐의 등을 인정하면 다수의 알트코인이 증권으로 분류되고, SEC 관할 공시·불공정거래·영업규제 등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결국 무더기 상장폐지 절차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 향후 닥칠 가상화폐 충격을 방지하고자 금융당국은 관련 리스크 대비에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성 판단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두나무·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코인거래소와 관련 협의 중에 있으며, 빠르면 오는 4월 SEC를 방문해 관련 협의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