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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파산, 美 역사상 두 번째 규모…금융권 위기 퍼지나

스타트업 예금 감소에 AFS 매각…18억달러 손실 사건의 '도화선'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3.03.11 12:53:09

10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밖에 한 고객이 서 있다. SVB는 캘리포니아 규정에 의해 폐쇄됐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미국 서부 스타트업들에게 대출을 해주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예금 인출 사태와 주가 폭락으로 파산했다.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 중 2위 규모다. 이에 시장은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가 퍼지는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10일(현지시간)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후 FDIC는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DINB)'이라는 이름의 법인을 앞세워 SVB의 기존 예금을 모두 새 은행으로 이전하고, SVB 보유 자산의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FDIC 조치로 25만달러의 예금보험 한도 이내 예금주들은 오는 13일 이후 예금을 인출할 수 있다. 비보험 예금주들은 보험 한도를 초과하는 예금액에 대해 FDIC가 지급하는 공채증서를 받아 갈 수 있다. FDI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SVB의 총자산은 2090억달러, 총예금은 1754억달러다.

미국 16위 은행인 SVB가 무너진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저축은행 워싱턴뮤추얼 이후 역대 두 번째 규모다.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본사를 둔 SVB는 1983년 설립해 캘리포니아주와 매사추세츠주에서 모두 17개 지점을 보유한 신생 기술기업 전문 은행이다.

SVB가 파산한 것은 위기가 나온 지 불과 이틀도 채 안 돼 벌어졌다.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들의 예금이 줄어든 탓에 대부분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18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는 전날 발표가 파산의 도화선이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년간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여파로 기술기업들의 돈줄이 말라버리면서 SVB로 유입되는 신규 자금이 끊긴 영향이다. 이에 SVB는 과거 비싸게 샀던 채권을 낮은 가격에 팔아야 했다.

발표 직후 SVB 주가는 60% 이상 폭락했다.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빨리 자금을 빼라'는 경고까지 더해져 고객들의 예금 인출이 가속화했다. 이날 SVB는 22억5000만달러의 증자 계획이 무산되자 회사 매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인수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려주지 않고 이례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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