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전 세계적으로 '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툴리눔 톡신, 일명 보톡스 시장이 커지면서 균주 원천기술에 대한 논란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균주 출처를 놓고 이어진 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069620)의 소송은 이제 보톡스 국내 1위 사업자 휴젤(145020)로 향하고 있다. 이에 휴젤은 메디톡스를 상대로 보툴리눔 톡신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 균주 도용 논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휴젤은 지난달 21일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메디톡스가 지난해 5월 미국에 등록한 '보툴리눔 독소 함유 용액으로부터 보툴리눔 독소를 분리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미국 특허 제11331598호)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휴젤은 해당 특허는 진보성이 없는 일반적인 제조 기술이며, 이를 특허로 등록한 건 후발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고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심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해당 특허에서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단백질의 정화에 용이한 특정 수소이온농도(pH) 범위를 발견했다고 했지만, 이는 이미 외부에 공개된 제조 과정이며 특이할 만한 신기술이 접목되지 않아 특허로 보호돼선 안 된다는 게 휴젤의 설명이다.

휴젤이 지난달 21일 미국 특허심판원(PTAB)에 메디톡스가 지난해 5월 미국에 등록한 '보툴리눔 독소 함유 용액으로부터 보툴리눔 독소를 분리하는 방법'에 대한 특허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 휴젤
휴젤과 메디톡스는 이미 미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소송이 진행 중이다.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 도용'을 근거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한 것. 이 상황에서 이번 특허 무효 심판 제기는 휴젤이 메디톡스와의 본격적인 장기 소송에 대비하기 위함이란 분석이 나온다.
휴젤 측은 "해당 특허는 일반적인 제조 기술로 이를 특허로 등록하면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입을 막게 된다. 이 회사만의 특수성을 갖춘 기술이 아니라 외부에 이미 공개돼 있는 제조 기술이기 때문에 산업의 전반적인 발전을 저해할 수 있어 무효 심판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휴젤, ITC 소송 결과 주목…장기전 대비
앞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상대로도 ITC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2020년 12월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도용을 인정하며 21개월간 미국 수입 금지 판결을 내렸다. 결국 양측 판매 로열티를 주고받기로 합의하면서 수출 금지 문제는 일단락됐다. 이는 국내에서 진행된 민사소송 1심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재판부는 대웅제약에 기존에 만든 균주 완제품과 반제품을 모두 폐기하라고 명령했다. 메디톡스에 손해 배상금 400억원도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휴젤은 대웅제약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ITC 판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찾고 있다. 휴젤 측은 ITC에 "산업부가 관련 서류의 해외 반출 승인이 늦어지면서 경영에 타격을 입었다"며 소송 조기 종료에 힘을 실어왔다.
하지만 ITC 소속 변호사 3명으로 구성된 담당조사관은 "정부 당국의 승인 지연이 수사 종결에 대한 합당한 사유로 볼 수 없다"며 결국 본격적인 공방이 이뤄지게 됐다. 메디톡스를 대리하는 변호인단도 아닌 재판부가 별도로 지정한 중립적인 변호사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소송 조기 종료는 어렵게 됐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1위인 휴젤과 2위인 메디톡스의 이번 소송전은 미국시장은 물론 국내시장에도 적잖은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나아가 국내 1위 보툴리눔 톡신 기업이라는 이미지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FDA 허가 영향…중국 내 입지 축소 우려도
만약 이번 소송에서 메디톡스가 승기를 잡게 된다면 휴젤은 대웅제약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휴젤은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미간주름 개선 적응증으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보툴렉스'(수출명 레티보)에 대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올해 2분기 허가가 나올 예정이다. ITC 소송이 FDA 허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휴젤은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 미국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 시장은 약 5조원 규모의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단일 국가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글로벌 시장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한 필수 전진 기지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대웅제약과의 소송에서 메디톡스가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됨으로써 대웅제약과의 판결이 휴젤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대웅제약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경우 휴젤의 미국 시장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내 휴젤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국가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NMPA)은 그간 꾸준히 국내에서 촉발된 균주 논란과 리스크를 예의주시해 왔다.

서울 강남구 메디톡스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전경. ⓒ 메디톡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휴젤보다 먼저 중국 진출에 나섰다. 다만 이들은 분쟁 중이었던 만큼 균주 및 제조공정 등을 비롯한 품질 보증(QA)에 무게를 두는 NMPA의 기조에 영향을 받아 수 년 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사이 임상 후발주자였던 휴젤이 안정적인 데이터, QA 전략을 앞세워 2020년 10월 NMPA의 품목허가를 먼저 따냈다.
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소송에서 사례를 봤을 때 휴젤의 중국 시장 비즈니스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전면 철수나 매출이 완전히 없어질 가능성 보다는 합의금과 로열티를 지급하면서 사업을 이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휴젤은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의 소송은 당사와는 전혀 무관한 분쟁이라며 이같은 우려에 선을 긋고 있다.
휴젤 측은 "보툴리 톡신 제제의 개발 시점과 경위, 제조공정 등이 문제가 없음이 분명하게 확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휴젤은 20여년 이상 독자적인 연구개발 과정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다"며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기술력과 제품의 우수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1위 기업으로서 견고한 입지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