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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없는 르노코리아, 생존 위협하는 '지나친 수출 의존도'

빈약한 라인업·모델 노후화 내수판매 부진…신차 개발 통한 자생력 회복 절실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3.02.14 15:37:28
[프라임경제] 수출 물량에 지나치게 의존해오던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최근 수출에서 흔들리자 브랜드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운반선(PCTC)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자동차 운반선을 구하지 못한 르노코리아 역시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문제는 수출이 르노코리아의 생존과 직결되는 중요한 요소라는 점이다. 믿었던 수출이 르노코리아 생존의 돌발변수로 작용하자 '르노코리아 글로벌 하청기지 전락'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계 기업'의 냉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 르노코리아를 향해 자생력을 잃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월등한 판매량을 앞세워 실적을 이끌어줄 모델이 부재한 것을 넘어, 오히려 수출기지로 전락한 모습만을 보이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어서다.

그동안 △판매 부진 △판매 불균형 △모델 노후화 등으로 내수시장이 다소 부진할 때에도, 르노코리아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수출뿐이었다. 

프랑스 Le havre항에서 이동 중인 XM3. ⓒ 르노코리아자동차


지난해 르노코리아의 실적을 살펴보면 내수시장에서는 △QM6 2만7440대 △XM3 1만9425대 △SM6 4218대 등 전년 대비 13.9% 감소한 총 5만2621대를 판매했다. 이와 달리 수출에서는 전년 대비 63.3% 증가한 실적(11만7020대)을 거뒀다. 내수판매 감소세가 상당한 것과 다르게 XM3를 앞세워 집중한 수출은 눈에 띄게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XM3에 편중된 현상이 르노코리아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을 수 있지만, 인기모델 호조에 힘입어 전체 실적, 특히 수출에서 엄청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이지만은 않았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다양한 라인업에서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지 못한 채 특정 모델이 판매량을 혼자 끌고 갈 경우 해당 모델에서 예기치 못한 결함이 발생하거나 흥행이 장기화하지 못한다면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는데, 르노코리아가 지금 딱 그런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수출에 빨간 불이 켜지자 르노코리아자동차협력업체협의회가 지난 12일 정부와 부산시, 지역 경제계에 자동차 수출 위기 국면에 따른 수출 지원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XM3 E-TECH 하이브리드. ⓒ 르노코리아자동차


하지만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르노코리아가 내수판매가 아닌 수출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상황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자체적으로 수출 방안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어불성설로 비춰지는 탓이다. 나아가 뒤늦게 정부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을 정부가 어디까지 지원해줘야 하느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 그룹이 한국 생산량 일부를 유럽 공장으로 옮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도 나온다. 르노 그룹 입장에서는 인건비 및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유럽 시장으로 운송이 더 편리한 스페인 공장을 주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르노코리아가 본질적인 분위기 전환을 꾀하려면 자체 신차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잃었던 자생력을 키워야하는 셈이다. 르노코리아는 수년째 자체 개발 신차보다는 르노 그룹의 차량을 수입해 생산 판매해왔는데, 이 전략마저도 시장에 정착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다만, 르노코리아에게는 이 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올해 부분변경 모델 이외에는 신차 출시 계획이 없다. 신차 부재는 곧 브랜드 경쟁력 약화인데, 르노코리아가 당장 선보일 수 있는 모델은 QM6 LPe를 기반으로 한 'QM6 퀘스트'뿐이다.

2D 디자인의 새로운 태풍 로고. ⓒ 르노코리아자동차


르노코리아가 신차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점이 다소 멀리 있다. 르노 그룹과 길리홀딩그룹(Geely Holding Group, 지리홀딩그룹)의 친환경 하이브리드 합작 모델을 국내에서 연구개발 및 생산할 예정인데 그 시점은 2024년, 중장기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전기차 출시 시점은 2026년이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르노삼성자동차' 브랜드명에서 '삼성'을 마침내 빼내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빈약한 라인업과 모델 노후화 등으로 인해 여전히 저조한 내수판매 실적을 기록 중이다"라며 "신차 개발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생산기지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 다닐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르노코리아가 다시 한 번 르노 그룹의 차종들을 선보일 수도 있지만 스테판 드블레즈 사장은 이런 전략에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라며 "신차 없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앞날에 불확실성만 가중시키게 되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만약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XM3의 생산차질이 빚어지기라도 한다면 르노 그룹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부산 공장의 생산물량을 유럽 공장으로 이전시킬 수 있는 명분만 주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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