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현(왼쪽)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동대문구 갑을 합동 당원대회에서 기념촬영을 위해 단상에 올라가 있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주식시장은 차기 당대표 관련주 찾기에 혈안이다. 하지만 실상을 따져보면 동문 등 가벼운 인연만으로 묶인 테마주가 대부분이다. 말 한마디에 급등락하는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평가다.
최근 여의도 시계바늘이 분주하다. 정치권에선 다음 여당 대표를 두고 눈치싸움이 한창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들의 테마주를 찾느라 움직임이 바쁘다.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메인 이벤트인 안철수 의원과 김기현 의원 두 인물 위주로 돈이 몰리고 있다.
대표적인 종목은 △안랩(053800) △써니전자(004770) △나무기술(242040)이다. 안랩과 써니전자는 안 의원의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힌다. 나무기술은 김 의원의 테마주로 거론된다. 세 종목은 이들에게 호재가 있을 때마다 폭등했다. 1월 한달간 상승률은 △나무기술 59.9% △안랩 40.1% △써니전자 35%다.
특히 지난달 25일 안랩은 29.91% 상한가로 마감했다. 같은 날 써니전자도 27.02% 치솟았다. 두 종목의 강세는 설 명절이 끝난 후 안방 민심이 안 의원을 지지한다는 결과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전문회사 엠브레인퍼블릭(YTN 의뢰)이 지난달 22~23일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 결선투표를 가정한 양자대결에서 안 의원은 김 의원과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을 모두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여기에 나 의원이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안 의원이 당대표 유력 후보로 떠오른 영향도 한몫했다. 이에 안랩은 지난달 25일과 26일 2거래일 연속 상승해 35.3% 뛰었다. 이틀 동안 개인투자자는 안랩 주식에 188억원을 사들였다. 나무기술은 지난달 27일 19.54% 급등했다. 이 역시 김 의원에 대한 정치적 호재로 해석된다.
그러나 두 인물과 관련 종목의 관계를 살펴보면 포장지만 화려한 과대포장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써니전자는 대표이사가 과거 안랩 임원 출신이란 이유로 안 의원 테마주에 묶였다. 나무기술은 사내감사가 김 의원과 사법시험 동기라는 이유로 김 의원 테마주로 구분됐다.
물론 안랩의 경우 안 의원이 18.6%의 지분을 보유 중인 최대주주이자 창업주다. 관련이 깊다고 볼 수 있지만, 이번 전당대회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정치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에 대해 언제든 급등락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아닌, 정치인 연관성만으로 주가가 요동치기에 리스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는 "테마주로 언급되는 종목들 중 사실상 정치인과 연관성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며 "정치인의 지지율과 기업의 성과와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한 연관성만으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은 분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볼 수 있다"며 "이는 국내증시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불안정한 투자처로 인식돼 투자 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개인 투자자들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테마주는 시가총액이 크지 않다. 등락폭은 커서 작전세력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즉 수익성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물린 채로 빠져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해 3월 거래소가 19대 대선 테마주 224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투자자의 약 97%가 개인투자자였다. 이들은 절반이 넘는 186개(83%) 종목에서 손실을 봤다. 평균 손실액은 계좌당 61만7000원에 달했다.
지난 6일 안랩도 대통령실과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안 의원에 대한 공세에 주가가 9.28% 미끄럼틀을 탔다. 전날 대통령실이 안 의원이 주장한 '윤안연대(윤석열 대통령과 안 의원의 연대)'와 관련해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하며 갈등을 빚은 영향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진 셈이다. 이후에도 안랩은 주가가 연일 하락했다. 상승세만 보고 들어갔다면 투자자들은 현재 15% 정도의 손실을 떠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