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효성화학(298000)이 자본잠식 위기에 처했다는 의견이 잇따라 나오면서, 시장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높은 부채비율에도 채무보증을 연달아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는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역점을 둔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효성비나케미칼)의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업계 우려가 가중된다. 대규모 투자에도 효성비나케미칼 실적 개선에 부침을 겪으면서 좀처럼 적자 늪을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베트남 현지 사업은 조현준 회장의 야심찬 계획에 따라 2019년부터 총 1조5093억원이 투자됐다. 이를 통해 베트남 현지 최대 규모인 연간 폴리프로필렌(PP) 60만톤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하지만, 잇단 공장 설비 문제로 점검과 보수를 반복하면서 그룹 전체에 부담을 주는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결국 효성화학은 지난해에만 336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조현준 회장의 베트남 투자가 결정적인 패착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와 함께 책임론마저 나돌고 있다.
◆회사채 발행수요 예측 '참패'
효성화학은 이달 들어서만 '타인에 대한 채무보증' 4건을 공시했다. 총 규모는 1125억원이다. 모두 효성비나케미칼에 대한 보증이다. 채권자는 △KEB 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산업은행 등 6곳이다. 채무보증 잔액은 1조7228억원이다.
효성그룹은 국내 30대 그룹 중 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중이 가장 높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계열사 간 채무보증 잔액은 5조861억원을 넘어섰다. 전체 자본 대비 채무보증 비중은 80.3%에 달한다. 국내 30대 그룹 중 채무보증 비중이 40% 이상인 곳은 효성그룹이 유일하다.
효성화학의 부채비율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화학의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2632%다. 전년 동기(509%) 대비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부채총계도 9290억원을 넘어서면서 불과 2년 만에 2만% 이상 폭증했다.
바닥없는 추락에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연초 조 단위 매수 자금이 쏟아진 채권시장 분위기에도 효성화학 회사채는 단 한 건의 인수 주문도 받지 못했다. 2019년 인적분할 후 첫 회사채 발행에서 대규모 흥행을 거뒀던 과거와는 상반된 분위기다.

효성화학이 지난달 회사채 수요 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 효성
이는 지속된 효성화학의 수익성 악화가 신용등급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결과다. 효성화학은 기존 0.20% 수준이던 인수수수료를 0.37%로 인상했음에도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면서 철저히 외면받았다.
효성화학의 미매각분 회사채 전량은 인수단으로 참여한 산업은행과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떠안게 됐다. 1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물량은 △산업은행 700억원 △KB증권 300억원 △한국투자증권 200억원을 인수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효성화학의 습관적 채무보증으로 기업가치가 날로 하락하고 있다"며 "지난해 신용등급 조정에 이어 회사채 전량 미매각이 발생한 것도 이같은 배경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들도 이해관계 탓에 쉽사리 부정적 의견을 내놓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당장 자본잠식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그룹 내 현금 여력도 충분치 않아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상황을 모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올해 흑자전환 불투명
문제는 올해도 석유화학 시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중국의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점진적 수요 개선을 기대했으나, 좀처럼 시황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계속되자 중국 내 소비 회복세가 얼어붙어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수요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효성비나케미칼의 흑자 전환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효성비나케미칼의 주력 생산제품이 PP라는 것도 실적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PP는 효성화학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국내외 생산시설 증설로 인해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제품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석유화학 내재화를 위해 PP 증설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이에 중국 내 PP 물량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페트로차이나 경제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PP 증설 물량은 655만톤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기업 전체 연간 생산능력(636만톤) 이상이다. 효성화학의 경쟁력 악화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석유화학 시황 반등도 올해 말이나 될 것으로 점쳐진다. 단기적 실적 개선은 불가능에 가깝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글로벌 정유업계들이 잇따라 석유화학사업을 진출하고 있다는 것도 악재로 작용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시황의 반등은 빨라야 올해 말로, 1년 이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며 "상반기 추가 공급과잉이 예상돼 재고가 조정이 되고난 후에야 수요가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3월 중국의 경기부양책이 가시화되면 수요가 반등하면서 업황이 회복할 수도 있다"면서도 "국내 석유화학업계로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라고 덧붙였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지분법 손익 부진이 지속됐다"면서도 "원재료인 프로판 가격도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