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도쿄선언'이 8일 40주년을 맞았다. 40년이 지난 지금 반도체 한파를 맞은 삼성전자(005930)는 위기에 직면했다.

1976년 삼성그룹 전산실 개장식에서 설비를 둘러보는 이병철 창업회장. ⓒ 연합뉴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하고 투자를 지속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도쿄선언 10년 후 메모리 세계 1위…반도체 신화 써
도쿄선언은 1983년 2월8일 이 창업회장이 일본 도쿄에서 한국의 반도체 사업 진출 계획을 처음으로 알린 사건이다.
이 창업회장이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주위의 반대와 비웃음을 받았다. 가전제품용 고밀도집적회로(LSI)도 겨우 만들던 때에 첨단 기술인 초고밀도집적회로(VLSI)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삼성그룹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번졌다.
그럼에도 그는 단호하게 밀고 나갔다. 당시 인터뷰에서 이 창업회장은 "잘못하면 삼성그룹 절반 이상이 날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삼성이 아니면 이 모험을 하기 어렵다고 봤다"고 했다.
앞서 삼성은 196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지만,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도쿄선언 이후 삼성의 반도체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삼성전자는 1983년 통상 18개월 이상 걸리는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짓고,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했다.
그렇게 반도체 신화를 쓴 삼성은 1992년 세계 최초 64MB D램 개발로 D램 시장 1위에 올랐다.
아울러 도쿄선언 10년 후인 1993년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에 올랐으며,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적자 위기에도 투자 이어간다
삼성전자는 1위자리를 굳건히 지켜오고 있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반도체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6.9% 급감한 27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경쟁사인 TSMC 영업이익(약 13조 3000억원)의 50분의 1 수준이다.
통상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이 '다운사이클(침체기)'에 진입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반도체 부문이 사실상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어닝쇼크(실적충격)에도 삼성전자는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시설투자 규모도 지난해(53조원)와 유사한 수준으로 집행하고,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불황기에 더 적극적 투자로 압도적 지위를 유지해왔던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에는 기존 계획에 38조원을 더해 총 17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의 모습. ⓒ 삼성전자
이 회장은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한 R&D 강화에 아낌 없이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8년까지 약 3만평 규모로 기흥 R&D 연구단지를 조성하고 2028년까지 총 20조원을 투입한다.
이 회장은 작년 8월 복권 후 첫 대외 행보로 기흥캠퍼스를 택했다. 기흥캠퍼스는 1983년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곳으로 '삼성 반도체의 발원지'로 불린다.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를 기공식 슬로건으로 내걸고,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해 반도체 사업에서 또 한번의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이 회장은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