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희망퇴직 신청수가 저조했다고 입을 모았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희망퇴직을 놓고 증권사와 은행업계의 대조적인 모습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은행업계는 희망퇴직 신청자 수가 3000여명 몰려 경영진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반면 증권업계는 신청자 수가 저조하다. 칼바람은 피하자며 사직서를 품안에서 꺼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금융권의 희망퇴직 바람이 불고 있다.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자는 3000여명에 육박한다. 2021년보다 더 많은 신청자다.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장사로 역대 실적을 기록해 가능한 이야기다.
증권사도 미래에셋증권(006800), KB증권,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030210) 등이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희망퇴직 신청자 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예년과 달리 저조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금융권의 희망퇴직은 부정적인 이미지보다 복지로 인식한다. 많은 퇴직금을 기반으로 이직 등 새 출발의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가 좋았을 때 해당된다. 그런데 올해 경기전망은 희망적이지 않다. 기업들도 투자에 소극적으로 나서거나 긴축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증권맨들의 경우 퇴사 이후 재취업이 문제다. 고용한파가 예상돼서다. 실제로 통계청의 나우캐스트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1일 기준 온라인채용 모집인원 수 변동률은 -0.183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0.043)보다 0.226p 급락했다. 지난해 2월5일(-0.342)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변동률은 주간 단위로 집계된다. 비교 기준점은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1월이다. 쉽게 말해 변동률이 -0.183이라면 2020년 1월보다 온라인채용 모집인원 수가 18.3% 줄었다는 의미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신년사에서 '혁신'이 아닌 '안정'을 강조한 부분도 올해 녹록치 않은 상황이란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증권사 영업직원들의 경우 주식시장이 호황기일수록 고객 관리 인력이 대거 필요하다. 반대로 불황기 때는 기업 입장에서 인력 감축이 절실하게 된다. 즉 타 증권사도 인력 충원이 불필요하다는 뜻이다.
한 증권사 영업직원은 "희망퇴직 공지 당시 영업점 내부에서 망설이는 분위기였다"면서도 "다만 다른 직장으로 옮길 마땅한 회사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티고 있다"고 전했다.
황인태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각자 놓여진 상황은 다르겠지만, 올해 경제 전망을 봤을 때 희망퇴직의 시의적절한 해는 아니라고 본다"며 "경기침체, 고용둔화, 물가상승률 등 불경기 상황에서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