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각 부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관련 가이던스(guidance)를 이달 말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 항목의 법 개정을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 오고 있는 동시에 재무부 가이던스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투 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일환으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 등 정부·국회 합동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IRA 대응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외교부 이도훈 2차관도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으로도 IRA 가이던스에 우리 측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나가는 동시에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IRA 내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을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정부는 8월 IRA가 발표되자마자 모든 채널을 가동해 선제적으로 미국 정부에 법 개정 및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 상무부 면담은 물론, 미국 무역 대표부(US Trade Representative, USTR)에 서한을 보내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했고, 법안 발효 직후부터는 국내 경제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미국 정관계를 설득 중이다.
또 9월 초에는 미국 정부와 한미 정부 협상단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달 실무협의체를 가동시켰는데, 이는 11월4일 미국과의 첫 협의를 시작한 EU보다 발 빠른 행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산업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외교부 장관 등이 직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해리스 부통령, 행정부 관료들과 의회 의원들을 만나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 국회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8월 말 미국을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단이 한국의 우려를 전달했고, 9월에는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 지원 촉구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가결시켰다.
이 같은 한국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대응에 미국 언론들도 주목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며 "(IRA에) 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보도했고, 불룸버그도 "유럽과 일본 등의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보조금 차별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유독 한국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들도 정부의 국내 기업 입장 반영 노력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 11월29일 열린 'IRA 대응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IRA 발표 이후 정부에서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설득에 발 벗고 뛰었다"며 "다른 나라보다 가장 먼저, 또한 제일 적극적으로 미국 측에 문제 제기를 하고 동맹국과의 공조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정부와 국회,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한국 기업들이 한 팀으로 힘을 합친 덕분에,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세액 공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발의도 이끌어냈다.
라파엘 워녹(Raphael Warnock) 조지아 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9월 말 IRA의 친환경 자동차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 적용을 3년 유예하도록 하는 '미국을 위한 합리적인 전기자동차 법안(the Affordable Electric Vehicles for America Act)'을 발의했고, 11월에는 민주당 소속 앨라배마 주 테리 스웰(Terri Sewell)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하원에서도 발의됐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부는 미국 재무부 가이던스에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배터리·소재·에너지·철강 등 관련 업계 간담회, 통상 전문가·법조계 자문을 포함해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친환경차 세액공제 이행에 3년의 유예기간 부여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 △배터리 요건 구체화 등 법안의 세세한 부분까지 담은 의견서를 두 차례에 걸쳐 제출했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한국 측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11월 1차 의견서 제출 전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행정부의 IRA 집행을 총괄하는 존 포데스타(John Podesta)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과 화상면담을 통해 하위 규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한국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12월2일 2차 의견서 제출 직후에는 정부와 국회가 합동 대표단을 구성해 지난 5일 미국을 방문,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를 만나 한국 측 요구를 전달했다.
미국 의회에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의 3년 유예 내용을 담은 IRA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미국 행정부에는 한국이 제시한 의견을 재무부 가이던스에 최대한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단 상하원을 통과해 발효된 법안을 개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지금은 재무부의 가이던스에 집중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IRA는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치적이 필요해진 민주당이 당내 비밀협의를 통해 무리하게 단기간 내 밀어붙인 법안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이는 9일 만에 상원 통과에서 대통령 서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탓에, 강력한 동맹국들인 유럽과 일본도 사전에 이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파악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국 하원의원들 사이에서도 법안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투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자동차협회(AAI) 회장 역시 "의회에서 짧은 기간에 논의돼 우리도 놀랐다"고 밝혔으며, 지난달 말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IRA가 논의될 때 아무도 내게 알리지 않았다"며 단호하게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