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오는 29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부산지역 인력을 늘리기 위한 '동남권 조직 개편안'을 의결할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 저지하겠다"

산업은행 노조 측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에 약 500명 이상이 참석했다. ⓒ 한국산업은행지부
28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이하 산은 노조)는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석훈 산은 회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기자회견에 서영교·김민석·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 약 500명이 참석해 산은 노조를 지지했다.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과 타당성에 대한 검증 없이 졸속 마련된 조직개편 이사회 안건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며 "만일 강 회장이 경고를 무시한 채 이사회 결의를 강행하려 한다면 노조는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이사회를 저지하겠다"고 일갈했다.
이어 "사내·사외이사 전원에 대한 배임, 직권남용 혐의 고소·고발과 퇴진운동을 벌여 불법적 본점 꼼수 이전 기도를 반드시 분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원사격이 이어졌다. 먼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산은과 함께하겠다"며 "(강 회장은) 산은법이 있는데 그 법을 위반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꼼수 이전을 즉각 중단해야한다"며 "법을 위반하는 자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서영교 의원은 이사회가 조직개편안 의결을 강행할 경우 법적 책임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10월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강 회장에게 "산업은행 지방이전은 법 때문에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며 "내부적으로 한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시 강 회장은 태스크포스(TF) 조직 등 일부 인력을 검토한 것"이라고 둘러댔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비판하고 있다. = 장민태 기자
영등포구가 지역구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산은 이전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의원은 "산업은행 본점 이전에 반대하면 지역구이기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들을 것 같아서 처음에는 지켜봤다"며 "하지만 그간 국회 논의에서 (부산 이전은) 아닌 거로 답이 나온 건데 이렇게 꼼수를 부려 이전하려 한다면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를 토했다.
◆기자회견 발단, 산업은행 조직개편 내부문서 유출
산은 노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목소리를 높인 배경은 지난 25일 유출된 '동남권 영업조직 개편안 검토'란 제목의 내부문서 때문이다. 산은 이전준비단에서 작성한 이 문서의 내용은 부산 등 동남권에 3개 부서를 신설해 지역 조직을 확대 개편한다는 게 골자다.

노조 측에서 입수한 동남권 조직 개편안. ⓒ 한국산업은행지부
개편안에 따르면 산은 동남권 조직에 추가로 배치해야 할 인원은 약 54명이다. 개편안대로 진행된다면 현재 186명인 동남권 근무 인원은 207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문서 속 향후 추진일정을 살펴보면 오는 29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개편안을 확정하고 12월말 인원·예산을 결정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1월말 인사이동이 진행될 예정이다.
개편안이 유출되자 산은 노조는 본점 부산이전을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현재 산업은행법 4조1항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정과제인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을 추진하기 위해선 우선 법 개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여소야대인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법 개정을 막아선 상태다.
이처럼 법 개정에서 막히자 강 회장이 꼼수로 본점 인원들을 부산으로 인사발령해 이전을 추진한다는 게 산업은행 노조 측 주장이다. 이번에 유출된 개편안의 '부산지역 영업점 수용 가능 인원검토' 붙임 자료가 노조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붙임 자료는 내년뿐만 아니라 2024년 기준 직원들의 부산 수용 계획도 포함돼 있다. 붙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추가로 약 50명 내외 인원을 부산에서 수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붙임 자료는 2년간 약 100명이 부산지역에 추가돼도 문제없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조 위원장은 "강 회장의 TF인 이전추진단에서 부산 아파트·오피스텔 등을 매입 또는 임차하기 위해 예산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산은의 경우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기관이 아니기에 예산안은 국회가 아닌 금융위원회 승인으로 통과된다. 반드시 막아야 할 부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조윤승 산업은행 노조위원장. ⓒ 한국산업은행지부
아울러 조 위원장에 따르면 이번 개편안으로 인해 산은 이사회 내부도 갈등을 빚고 있다. 부서 신설은 산업은행 회장이 결재하고 추진할 사항인데 이사회 의결사항으로 돌려 책임을 전가할 속셈이란 주장이다. 이에 따라 이사회 이사진들이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지난 24일 조한홍 산은 사외이사가 임기 7개월을 남겨두고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하자 산은 내부에서도 개편안이 이사회 안건으로 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산업은행 직원인 A씨는 "나이도 한 60살밖에 안 된 분이 무슨 일신상의 사유로 임기를 7개월 남겨두고 사외이사를 그만두겠냐"며 "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해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는데 향후 흐름이 달라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