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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외산, 고속철 입찰 두고 '갈등 격화'

코레일 입찰참가 자격 완화로 업계 파장…부품 국산화율·기술력 등 '갑론을박'

전대현 기자 | jdh3@newsprime.co.kr | 2022.11.18 10:52:47
[프라임경제] 현대로템이 독점하던 고속열차 시장에 중견기업 '우진산전'이 진출을 선언하자 철도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여기에 부품 국산화율과 기술력 등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고속열차 기술은 국책개발과제로 진행되면서 현대로템이 단독으로 진행하던 사업이다. 기술 격차로 인해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동력집중식 고속열차 KTX-산천. ⓒ 현대로템


그러나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해 고속차량 발주 사업에 대한 입찰참가 자격 조건을 완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기존 고속차량 입찰 참가는 국내에서 고속열차를 제작·납품했던 실적이 있어야만 가능했지만, 이같은 규정을 삭제했다. 

이에 우진산전이 스페인 고속열차 제조사 '탈고'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기술력 문제와 앞선 규제로 마땅한 협업 상대를 찾지 못했던 우진산전이 고속철 시장에 뛰어들며 업계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국내 부품업계 "외국산 차량, 기술력 문제"

코레일은 2027년 개통 예정인 평택-오송선에 투입될 'EMU-320' 120량 등 총 136량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을 이달 중 입찰을 통해 구매할 예정이다. 

동력분산식은 모든 차량에 동력원을 분산 탑재해 구동하는 방식이다. 열차 맨 앞과 뒤쪽에만 동력 장치가 있는 동력집중식에 비해 가감속 능력이 뛰어나다. 향후 코레일은 모든 고속열차를 동력집중식에서 동력분산식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에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의 경쟁구도에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 입찰로 국내 고속열차 수주전에 현대로템 독점 구조가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로템은 2020년부터 우진산전에게 전동차 부문 점유율 1위를 내주면서 시장 내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2020~2022년 10월 전동차 부문 점유율은 △우진산전 53% △다원시스 32% △현대로템 15%다. 최근 3년간 현대로템의 수주액이 급감한 상황이다. 

2010~2019년 전동차 시장 점유율에서 과반을 차지했던 과거와는 상반된 성적이다.

이는 일명 최저가 낙찰제라고 불리는 코레일의 2단계 입찰제도 영향도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입찰 단계에서 적정 수준의 기술 평가기준을 넘어서면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사업을 따낸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큰 현대로템 입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로템이 제작한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KTX-이음. ⓒ 현대로템


국내 부품업계를 비롯한 철도업계는 우진산전이 저렴한 해외 부품을 사용해 수주량 늘리기에만 급급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납기 지연를 일으켜 왔다고 비판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산 고속열차에는 부품 국산화율이 85%를 넘어설 만큼 국산화 비율이 높으나 해외부품을 사용하는 업체는 가격경쟁력으로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상황이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해외 부품을 사용할 경우 문제도 꽤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 부품 의존도가 높을수록 공급망 우려와 향후 유지보수에도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기술 격차로 인한 고속열차 안전성 문제도 제기했다. 우진산전과 협업하는 탈고는 동력분산식 고속열차를 만들어 본 경험이 전무하다. 업계는 탈고의 진출 목적이 국내를 테스트 베드로 삼아 본인들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늘리기 위함이라고 보고 있다.

부품업계 관계자는 "동력집중식에서 동력분산식 고속열차 사업으로 넘어가기 위한 기술개발 기간에만 10년이 걸렸다"며 "동력분산식과 동력집중식은 같은 고속열차지만 완전히 달라 상당한 기술력을 요한다"고 강조했다.
 
고속철 국산화 개발에 함께 참여했던 또 다른 부품업계도 "동력분산식 고속차량의 경우 시험차량인 'HEMU-430X' 개발부터 안정화 단계 개발 완료까지 10년 가까이 민관 자금 1000억원이 넘게 들어갈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이어 "동력분산 방식은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70%가 동력분산식 열차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탈고도 동력분산식 제작 경험이 필요하다"며 "국내는 최저가 입찰제를 도입하고 있어 시장 진입에 좋은 환경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기술평가 기준이 높지 않아 일정 수준만 통과하면 최저가를 써낸 기업이 통과하는 구조라 우려가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진산전 "사실과 달라…기술력·수급망 문제 없어"

우진산전은 제기된 논란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손실을 볼 정도로 저가수주를 한 적도 없을뿐더러 납기 지연도 천재지변으로 인한 일시적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우진산전 관계자는 "1974년 창사 후 한 번도 영업적자를 내지 않으면서 기존 200억~300억원 수준이었던 매출을 3000억원 수준까지 끌어 올렸다"며 "저가 수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실적으로 터무니없는 최저가 입찰은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납기 지연 문제에 대해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단순 공급망 문제라고 답했다.

우진산전 관계자는 "수주를 받고 설계를 시작하는 시기에 코로나19가 터져 공급이 올 스톱 됐다"며 "우진산전뿐 아니라 온 나라가 스톱된 상태였던 만큼 (전동차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우진산전 충북 증평공장에서 전동차가 제작되고 있다. ⓒ 우진산전


우진산전은 현재 수주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증평공장도 투자를 통해 증설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에 300량까지 생산 가능해 향후 추가 수주에도 납기 지연 문제는 없을 것라는게 회사측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문정복 의원 발표에 따르면 우진산전은 서울교통공사에서 수주한 우진산전 5·7호선 336량이 제작상 문제로 납품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기준 이미 9개월 이상 납기가 지연된 것이다. 

우진산전 관계자는 "중국산 싼 자재를 사용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향후 중국산 부품 사용해 품질 문제가 생기는 것이 더욱 치명적인 만큼 그런 식으로 일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업계가 가장 문제로 삼는 동력분산식 기술개발 격차로 인한 안전성 문제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우진산전은 동력분산식과 동력집중식은 기술력보다는 금액과 경험의 차이가 크다고 보고 있다. 또 해외기업 유치로 인한 부품망 변화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진산전 관계자는 "결국 코레일의 입찰자격 기술력 평가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기술력이 안 되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며 "코레일 평가기준에 따라 진행하는 것이기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탈고로부터는 기계부문 일부 지원만 받고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두 우진산전이 할 것이다"라며 "기존 업체 위주 물량을 납품받을 예정으로 이로 인한 수급망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한편 국내 부품업체들은 지난 9월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국회 앞에서 해외 업체의 입찰 반대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최근 국산 고속철 기술 사장(死藏)과 부품산업 생태계 붕괴 우려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같은 최저가 입찰제도는 국내 철도산업에 전혀 이득이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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