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출범 6년 차를 맞은 조현준 회장 체제의 효성그룹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써 내려간 지난해와 달리 올 3분기 영업익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황이 이례적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룹 내 핵심사업 대부분이 적자 전환했다는 점은 우려로 작용한다. 아울러 최근 대법원이 조현준 회장의 개인회사 '부당지원' 과징금 소송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효성그룹 실적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스판덱스 '추락'에 영업익 급감
효성그룹의 핵심사업은 △효성티앤씨 △효성화학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으로 나뉜다. 이중 효성중공업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의 3분기 실적이 추락해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른다.
효성티앤씨(298020)는 스판덱스 중국 수요 부진 영향으로 판매량이 급감해 공급과잉 현상까지 발생했다. 이는 판매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3분기 11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영업익 4339억원) 18.2%에 달하던 영업이익률은 3분기 -5.1%로 추락했다.
효성첨단소재(298050)는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다. 하지만 영업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 수요 부진으로 인한 매출액 및 수익성 악화 영향이다. 전년 동기 1399억원에 달하던 영업익은 올 3분기 661억원으로 급감했다.
효성화학은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로 실적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면서 가장 큰 폭으로 영업이익률이 감소했다. 3분기 효성화학 영업손실은 1398억, 영업이익률은 -19.9%다. 중국 내 수요 위축과 함께 동남아 석유화학 제품 유입으로 판매가격이 하락한 게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핵심사업 중 유일하게 증가폭을 보인 효성중공업(298040)은 3분기 561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분기 대비 33% 이상 증가한 숫자다. 하지만 그룹 전체 영업익 중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실적을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수소 '승부수'에 대두되는 회의론
효성그룹 대표 사업들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조현준 회장의 리더십에 시선이 쏠린다.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는 그룹의 미래를 논하기에는 어려워 보여서다.
특히 조현준 회장이 최근 발표한 창립 56주년 기념사에도 현재의 위기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미래 사업에 대한 구체적 플랜이 없어 우려가 가중된다는 점이다. 단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제시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재 조현준 회장은 그룹을 이끌어갈 미래 핵심 사업으로 수소 사업과 친환경 사업을 꼽고 있다.
먼저, 친환경 사업은 바이오 스판덱스와 탄소섬유를 활용해 시장 내 1위 입지를 더욱 굳히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두 기술 모두 본격적인 양산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한 상황이라 시장 안착 여부는 안개속이다.
특히 스판덱스 사업은 4분기 불안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 최근 경쟁업체 △화펑(Huafeng) △바이루(Bailu) 등이 증설을 완료하면서 스판덱스 재고일수도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또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은 상반기 신규 가동된 설비만 15만톤(t) 규모로 연간 수요 10만t을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해 ㎏당 1만3000원 수준이던 스판덱스 20데니어(1데니어당 원사 1g으로 9㎞ 실을 뽑을 수 있는 굵기 단위)의 가격 역시 최근 1만원대로 떨어졌다. 재고 증가와 공장 증설이 겹치면서 중국 스판덱스 시장 하락 국면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바이오 스판덱스, 탄소섬유 기술은 현재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조만간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라며 "스판덱스 역시 최근 판매량이 회복되고 있어 4분기에는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역점을 두는 수소사업 역시 수익성 측면에서 미진하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렵다. 수소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효성그룹의 투자 여력에 대해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효성중공업이 준공한 여의도 국회 수소충전소. 하루에 수소전기차 70대 충전이 가능하다. ⓒ 효성
조 회장은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효성중공업과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을 중심으로 생산부터 판매까지 수소사업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효성첨단소재는 탄소섬유를 이용한 수소연료탱크 생산에 2028년까지 1조원을 별도 투자한다. 효성그룹의 수소관련 투자만 해도 수조원대에 이른다.
수소는 여러 가지 이점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저장밀도가 매우 낮아 추출비용이 비싸고 운반도 어렵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투자가 필수라는 이야기인데, 경쟁업체 대비 자본력이 떨어지는 효성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상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사업은 규모의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해 향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공격적인 투자가 오히려 그룹 내 재무건전성을 악화할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금리인상과 글로벌 인프라 시장이 둔화되는 저성장 국면에 공격적인 투자가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의 수소 산업 '퍼스트 무버' 전략이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그룹 내 안정적인 투자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와 전략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