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블루 아카이브 등 일부 서브컬처 게임의 등급 상향 논란 때문에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등위) 측 등급분류 체제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특히 50억원 사업비 횡령 의혹, 바다신2 전체이용가 판정 논란 등이 부각되면서 게등위 폐지를 주장이 나올 정도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여야 의원 모두 등급분류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강조했다.
◆ 민원 따라 바뀐 등급에 이용자 불만 폭발

김규철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13일에 진행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 연합뉴스
블루 아카이브 등 일부 서브컬처 게임의 등급 상향 논란은 넥슨의 15세 이용가 게임에서 단 한 장의 일러스트와 미성년자가 선생님이라는 유저를 꾀는 듯한 일부 스토리로 인해 청소년 불가 등급을 받아 불거진 것이다.
게등위 측은 나체에 가까운 미성년자 여성 캐릭터의 둔부를 문어가 휘감고 있는 그림 등 일부 일러스트가 성행위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해연갤 등 여초 커뮤니티에서 일주일간 진행된 민원에 의해 변경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게등위에 접수된 블루 아카이브 관련 민원은 12건뿐이었지만, 10월 4일부터 7일 동안 접수된 민원은 1만4628건이다.
이로 인해 4일 넥슨 측은 권고를 받아 틴 버전과 성인 버전 앱을 분리하겠다는 공지를 올려 수구적인 우리나라 등급 분류 방식에 불만이 있던 이용자 의견이 모여지기 시작한 것.
특히 게등위 측이 명일방주, 소녀전선 등의 다른 서브컬처 게임 관련으로 등급 재분류가 이루어진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사전 통보 없이 등급이 상향되는 사례부터 바다신2 등의 슬롯머신형 게임 전체이용가 판정 논란, 50억원 사업비 횡령 의혹 등이 주목받으면서 10월29일 게등위 비위 의혹 규명 촉구 서명운동에서 5000여명이 참여할 정도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됐다.
이와 관련,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여야 의원들도 국정감사에서 명확하지 못한 등급 분류에 대해 질타했다.
◆ 게등위, 이용자 불만 잠재우려 분투했지만…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10일 이용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기자간담회를 열었지만, 발언 등에 의해 비난을 받았다. ⓒ 연합뉴스
게임물등급관리위원회는 지난 10일 △게임이용자 상시소통 채널 구축 △등급분류 과정의 투명성 강화 △직권등급재분류 모니터링 및 단계별 전문성 향상 방안 △민원 서비스 개선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하지만, '게임을 바라봄에 있어 게이머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준 사이에 차이가 있다' '게임에 대한 이해가 다른 것은 인정하지만 역겨운 것들도 있다' '스팀에는 포르노급의 게임들이 많이 들어온다' 등의 발언이 나오면서 이용자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게등위는 발언에 대해 "게임 이용자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와 다른 분야에서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 차이가 있다는 취지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스팀에서 유통되는 전체 게임물이 문제가 아니라 일부가 있다는 것. 스팀 운영사인 밸브가 국내 자체 등급 분류사업자로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게등위 측 기자회견에 관해 참전용사를 조롱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게임 내 문구를 활용해서 평가했다. ⓒ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SNS계정
그런데도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본인의 SNS계정으로 게임 콜 오브 듀티: 어드밴스드 워페어의 'X키를 눌려 조의를 하라'는 글이 삽입된 이미지로 심정을 밝힐 정도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소속 홍성진 보좌관은 이번 간담회에 대해 "등급분류 회의록 공개 및 외부 게임전문가 위촉 등을 통해 소통조차 안 했던 게등위 측이 이제라도 소통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자료만 놓고 보아도) 두루뭉술한 부분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부 게임전문가를 어떤 기준에 따라 위촉하겠다는 것인지, 모의등급분류체험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것인지 자료만 봤을 땐 잘 모르겠다. 구체적인 방안을 듣기 위해서라도 지스타가 끝난 후 다시 부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국정감사 때도 지적을 받았던 사안을 시정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 지스타가 진행되는 마지막 날인 20일 이후에 게등위를 향한 질의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여야 의원 "명확한 등급 분류 기준 마련해야"

블루 아카이브 등 서브컬처 게임의 등급 상향 논란을 통해 등급분류 체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일각에서 언급되고 있는 게등위 폐지에 대해 대다수의 여야 의원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관련 질의에 "누가 모니터링을 하나요?" "아이들이 폭력성이 있는 게임들을 아무 제재 없이 할 수 있게 되지 않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사전심의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의원 견해를 다시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다만, "절차나 기준 등에서 불투명하게 운영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관계자 모두 명확한 기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홍성진 보좌관도 국내에 별도 법인을 두지 않고 이용자 연령에 부적합한 게임물을 제공하는 문제를 거론하면서 우려했다. 그러나 "게임 분류를 할 때 아케이드형 게임만 있는 것이 아님에도 모바일, PC게임에도 아케이드형 게임 분류 방식을 적용해 왔다"고 지적했다.
또, 홍 보좌관은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과 유저의 의견이 게임 등급 재평가에서 배제되면서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동일한 게임을 자체 등급 분류사업자들이 다르게 분류할 정도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게임물 유통절차 등 관련 현황을 조사해 등급 분류 기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게임을 만들 때 게임개발자, OST 및 BGM 작곡·연주자, 일러스트레이터, 스토리 작가 등이 참여하기에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등급을 분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시되는 게임 대비 인력이 부족한 현황을 지적하면서 △클라우드 소싱과 같은 제도 도입을 통한 게임물 등급 심의 개선 △사후관리 모니터링단 구성 △등급 분류 후 업무 담당 위원회 구성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