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재건축·재개발 발파작업으로 인한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터지고 있다. 중대 인명사고로 번질 뻔한 봉천동 재개발 공사장 폭발사고를 비롯해 △역촌 1구역 재건축 인근 아파트 균열 △동대구 푸르지오 브리센트 공사현장 주민 피해 호소 등 올해에도 여러 건 발생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민들은 발파작업과 관련된 규정이 모호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발파작업 표준안전작업지침'은 건설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9월15일 발생한 봉천동 4-1-2 주택재개발 폭발 사고가 대표적인 예다. 발파작업 후 남아있던 화약이 굴착작업 중 폭발하면서 일어났다. 파편이 인근 아파트로 날아들어 유리창·집기 등이 크게 파손됐고, 입주민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전기뇌관, 불규칙한 폭발 문제
현재 건설사들은 발파작업 표준안전작업지침에 따라 작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로 실효성이 크지 않다. 규정에 따라 점화된 발파 공수와 폭음 수를 비교해 불발탄 여부를 확인하지만, 정확한 수량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상 건설사들은 터파기 작업 시 전기뇌관을 사용한다. 문제는 전기뇌관 발파 시 시차 오차가 발생해 폭발이 불규칙하다는 것이다. 소리가 중첩되는 등 문제가 발생해 개수 파악이 어렵다. 아울러 불규칙한 폭발로 인해 발파진동과 발파소음이 커져 불편을 초래한다.

봉천동 재개발 공사장 폭발로 인해 바위 파편이 인근 아파트로 튀어 피해를 입었다. ⓒ YTN 영상 갈무리
기관마다 상이한 발파작업 공해 허용기준치도 인근 주민과 시공사 간 분쟁을 야기한다. 업계는 지리적 특성과 여러 요건을 고려할 때 명확한 기준 설정이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이로 인한 인근 주민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화약 사용에 대한 세분화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와 현실적인 측면에서 가능한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학계는 전자뇌관 도입을 대안 중 하나로 꼽는다. 발파작업 문제의 상당수는 뇌관의 초시 오차로 인해 발생하는데, 기존 도화선 방식의 전기뇌관보다 IC칩을 탑재한 전자뇌관의 초시 오차가 작기 때문이다.
◆IC칩 탑재 전자뇌관, 낮은 오차·안전성 장점
전자뇌관은 △발파진동 감소 △발파소음 저감 △발파규모 확대 △공사기간 단축 △쌍방향 통신을 활용한 뇌관상태 및 수량 파악 등 여러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발파산업에서 전자뇌관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현재 전자뇌관을 개발 및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한화(008800) 글로벌 부문이 유일하다. 동종 업체인 고려노벨화약에서는 ㈜오리카 전자뇌관을 수입해 국내 현장에 보급하고 있다.
조상호 전북대학교 자원·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전자뇌관은 전자회로를 이용해 정밀한 기폭초시 설정이 가능하다"며 "발파작업에서 기폭초시 오차로부터 발생하는 지반진동의 중첩을 최소화하므로 동일한 발파규모에서 진동과 소음을 감소시키는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전자뇌관 발파를 의무화하는 등 안전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발파작업 시 전자뇌관 이외에 다른 뇌관 생산을 중단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인도는 2025년까지 전자뇌관을 전면적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국내 유일의 전자뇌관 생산·공급업체 ㈜한화 글로벌부문의 하이트로닉2 Hitronic Ⅱ. ⓒ ㈜한화
조상호 교수는 "전자뇌관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전자뇌관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이를 대비해 고용노동부 발파작업지침 등 관련 규정과 법규의 개정이 시급한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뇌관이 국내산업에 빠르게 안착해 보다 더 경제적이고 안전한 발파기술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산학연과 정부가 노력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기존 뇌관대비 비싼 가격으로 인해 국내 재개발·재건축 현장 수요는 여전히 적은 편이다. 현재 전자뇌관은 △동북선 경전철 △신안산선 △GTX 터널 공사 등 대형 부지공사에 일부 사용되고 있다. 전자뇌관의 가격은 전기뇌관에 비해 7배 가량 비싸다.
통상 전기뇌관을 이용해 발파작업을 진행하면 아파트 1개동 기준 약 9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같은 기준으로 전자뇌관을 이용하면 약 6300만원의 비용이 든다.
㈜한화 관계자는 "전자뇌관 초기 개발 당시 전기뇌관과의 가격 차이는 10배 이상이었다"며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현재 30% 이상 가격차를 줄였고, 지속적인 생산 기술 개발로 가격 차이를 줄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건설사도 단순히 제도비만 두고 비교하기 보다는 공사기간 단축과 굴진효율 개선 등 여러 가지 효과를 고려해 봐야 한다"며 "후속 공정까지 생각한다면 경제적인 효과도 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