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B국민은행이 지주제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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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민은행 본점에는 황영기 회장 내정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 ||
◆ 떨어진 주가로 출혈 감수 지주사 전환할 판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둔 국민은행은 당초 탄탄한 내실 경영을 자랑해 왔다. 그러나 최근 주가 하락 국면이 지주사 체제 전환에 부담을 주는 건 사실이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 30일 지주사 체제 전환을 공식화하고 앞으로 설립될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주식을 1대 1로 교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때, 이를 반대하는 주주들에겐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하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문제는 청구권 행사가격이 주가보다 높아져 부담을 키운 데 있다.
14일 기준 국민은행 주식 은 주당 5만8000원. 당초 매수청구권 가격으로 걸었던 6만3000원보다 싸다. 주주들이 국민은행에 주식을 팔아 버리겠다고 나서면 예산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는 것.
국민은행 측으로서는 8월에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지주사 설립 건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반대표로 나올 주식(즉 매수청구권 행사 주식)을 대거 매집해야 하는데, 대금 지불로 인한 출혈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미국 신용 경색으로 인해 당분간 이와 연동해 움직이는 우리나라 은행들도 주식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돼, 출혈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보다는 커질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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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강정원 행장과 황영기 행장의 투톱체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
이런 위기 상황 돌파를 위해서는 금융지주 쪽과 은행 간 공조협력이 절실하다. 그러나 황영기 지주회장 내정자와 강정원 행장 사이에 2인 3각이 제대로 작동될 것으로 보는 전망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일단 은행 사정에 가장 정통한 내부에서부터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주사 전환 정국에서 두 사람이 협력을 잘 이룰 가능성보다는 상극 관계로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국민은행 노조 곽노은 홍보국장은 “황영기 내정자와 강정원 행장 두 사람이 상극이라고 알려져 있지 않느냐”고 전제했다. 현재 노조는 투톱 체제에 대해 ‘두 개의 태양은 모실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곽 국장은 이에 대해 “지주제 전환과 관련, 투톱 체제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분리가 된다 해도, (지주 회장이) 내부사정을 잘 알고 유기적 협력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상극으로 알려진 두 사람 사이에 이것이 가능하겠느냐는 것. 보수적으로 안정지향적인 강 행장과 공격적인 검투사 스타일의 황 내정자 간 성격차 외에도 이번 지주 회장 내정을 놓고 겸직과 투톱 분리를 놓고 권력 투쟁을 벌이는 등 여러 차례 대결구도를 연출해 온 이들 사이를 생각하면 충분히 수긍이 되는 대목이다.
두 사람이 지주사 전환과 관련, 적극적으로 IR에 나서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도 이런 유기적 협조가 가동되지 않는 방증으로 풀이될 수 있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민은행 내부 구성원들만 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두 개의 태양은 못 모신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도 모자랄 판에 에너지 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현재 국민은행은 은행 부분의 비중이 커 지주사 전환을 하는 경우 은행 몸집 줄이기가 예상된다. 현 투톱 체제에서 강 행장이 이를 쉽게 받아들일지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 도덕성 논란에 낙하산 시비까지
<사진= 황 내정자에 대해 'MB의 남자'라는 말이 세간에 회자되면서 정권 차원에서의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까지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황영기 지주회장 내정자가 MB맨이라는 이른바 낙하산 논란, 그리고 김중회 신임 사장 내정자 역시 도덕적 시비 때문에 시끄럽다는 부분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시점에 도덕성 시비를 안고 가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우선 황 내정자의 경우 우리은행에서 근무하던 시절 국민은행을 공공연히 견제 대상으로 지목해, 국민은행 지주의 신임회장으로 오는 데 내부적으로 “뭔가 거부감이 든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문제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증권 사장 근무 당시 삼성 비자금 문제에 관련됐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이로 인해 대선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발탁되지 못했다는 설도 나돌았다.
문제는 하나 더 있다. 인수위 발탁이 점쳐질 정도로 대선 공신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이를 놓고 “MB맨이 낙하산으로 오는 것이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 사장 내정자 역시 도덕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부원장 재직 당시 검찰에 의해 구속됐던 그는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던 것 자체가 도덕적 책임을 인정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는 것.
노조측에서는 김 사장 내정자 반대 문제와 관련, “판결이 5월에 났으나, 의혹은 여전히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에서 지적하는 문제는 또 있다. 금감원 재직 시절 김 사장 내정자가 신용카드사와 저축은행 정상화 명목으로 많은 직원들을 거리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편리에 의해 불필요한 감원까지 포함된 게 아니냐는 논란이다.
곽 국장은 “앞으로 은행 성장은 HSBC 등의 예에서 볼 때 인수합병 등을 통한 성장일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 보면서, 이런 상황에 김 사장 내정자가 부임하는 경우 문제점을 우려했다.
“인수되는 은행 뿐만 아니라 국민은행에서도 상당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을 전제로 하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필요한 출혈 논란을 일으킨 바 있는 김 사장 내정자에 대한 우려가 없을 수 없다. 이는 비단 노조원들의 고용 문제 뿐만 아니라 은행 경영 윤리 면에서 적절한지의 문제가 될 수 있다.
◆ 메가뱅크 탄생을 관치금융 올드보이들에게 맡기나
그 다음 제기되는 문제는 신관치금융 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국민은행은 당초 1995년에 민영화됐다. 이렇게 효율성을 추진하면서 지난 시간 기반을 닦아 왔는데, ‘대통령의 남자’ 회장 내정자와 ‘관료 출신’ 사장 내정자가 오는 게 순리에 맞느냐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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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민은행 본점 주위에는 노조의 장기 투쟁의 의지를 엿볼 수있다> | ||
아울러, 국민은행이 메가뱅크의 한 축으로 언급되는 상황이고 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금융과 경제 효율화를 위한 메가뱅크의 사령탑에 과거 관행에 익숙한 ‘올드보이’들이 앉는 청사진이 타당한가라는 문제가 위의 여러 문제와 겹친 상황은, 비단 국민은행이 두 개의 태양을 모실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한국 금융계와 경제가 두 개의 태양이 동시에 떠서 이글거리는 이상상황과 같은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을 잉태할 것일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 편은 '황영기 회장과 강정원 행장의 어색한 동거'에 대해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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