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들이 오창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에서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프라임경제] '셀코리아'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약세장 속에서도 사들인 종목이 개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가 기대되는 전기차 관련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IRA가 통과된 지난 8월16일 이후 이달 12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1870억원을 순매수했다. 동기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SDI(006400)로, 순매수액은 5256억원이다. 이는 국내 주식시장 거래대금과 비교해 보면 약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삼성SDI 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현대차(005380)가 외국인 순매수 상위종목으로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외국인의 순매수액으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5016억원, 현대차는 4511억원이다. 언급된 세 종목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전기차 관련주로 꼽힌다.
외국인들이 전기차 관련주에 '사자' 행보를 보인 요인은 IRA의 대표적인 수혜주가 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IRA 법안에는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를 탑재하고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7만5000달러의 보조금 혜택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런 이유로 증권가도 이들 종목을 주목 중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IRA를 계기로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증권(003540)에 따르면 현재 북미 내 판매 중인 기존 자동차 물량이 모두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필요한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1670GWh(기가와트)다. 하지만 현재까지 완성차 진영이 합작법인(JV) 등을 통해 확보한 배터리는 542GWh에 불과하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기존 공급이력을 확보한 국내 배터리 중심으로 수주 모멘텀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국면"이라며 "K배터리·소재 업체들의 공격적인 북미 진출로 배터리는 올해와 내년, 소재는 2024~2025년 북미 내 양산 및 매출 본격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업계 전망처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북미와 호주 등에서 공급망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에서 IRA가 발효되며 북미 지역의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채굴 및 가공하는 업체들과 중장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리튬 생산업체인 컴파스 미네랄과 탄산수산화리튬 공급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삼성SDI도 IRA에 대비해 리튬 공급망을 다각화하며 지난달 22일 중국 최대 리튬 채굴·가공업체인 '간펑리튬'의 주식 1662만2000주를 매각했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IRA 법안 영향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2차전지 현지조달 공급망을 구축 중인데, 미국에서 대규모로 2차전지를 공급할 수 있는 국내 배터리사의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며 "내년까지 주요 고객사들이 2차전지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 SDI도 중대형전지 사업부가 영업흑자를 내기 시작하면서 Gen5 전지와 소형전지 신제품을 앞세워 과거보다 공격적인 수주전략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29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현대차의 경우 IRA 수혜를 보기까지 남은 과제가 산적하다. 한국에서 제조되는 전기차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초 달러 강세 영향으로 7개월 만에 20만원선을 되찾았지만, IRA 여파에 주가는 한 달 동안 9% 가까이 급락했다.
그럼에도 외국인이 현대차를 순매수 중인 배경은 한·미정상간 IRA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IRA에 대한 협의 의지를 담은 친서를 전달하면서 보조금 지급 대상 제외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IRA에 명시된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건에 대한 세부 규정을 내달 4일까지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가 해소될지 현대차의 희비가 결정된다.
한편, 조태용 주미한국대사는 이날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 국정감사에서 "IRA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리의 강한 주장을 바탕으로 해법을 제시하고 최대한 받아내려 하고 있다"며 "재무부가 11월4일까지 시행령 의견을 수렴하는데, 현대차와 우리가 아이디어를 몇 가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