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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지주제 도입 1년…‘오너 이익’이 최우선?

SK C&C 상장 철회 놓고 관련자 문책론 등 ‘소음’이는 까닭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07.11 13:30:39

[프라임경제] SK C&C의 기업 공개(IPO)가 전격적으로 연기되면서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SK C&C는 그룹의 시스템 운영(SI)을 맡는 회사로, 금년 IPO 시장 최대의 ‘대어’로 꼽혀 왔다. 증시 상황이 워낙 좋지 않은 터라 기업 공개를 ‘없던 일’로 돌리는 회사가 많지만, SK C&C의 상장 철회는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SK C&C 공개를 통해, SK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을 매듭짓고, 제 2의 비상을 꾀할 것으로 보였다.

현재 그룹에서 지주회사 노릇을 하고 있는 회사는 SK. SK C&C는 이 SK의 주식을 25.42% 보유하고 있어, SK C&C의 상장을 통해 그룹 구조를 다시금 리모델링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런 그림에 차질이 빚어진 것.

◆ 순환출자 고리 끊일 기회 ‘연착’

최근까지 순환출자 방식으로 적은 주식비율로 오너일가가 그룹 전체를 소유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그룹 중 한 개 회사라도 유동성 위기를 맞거나, 경영권을 M&A 등으로 잃을 경우 그룹 전체가 위험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해 왔다. 지주제로 전환하면 일단 M&A가 어려워진다(지주회사는 상장자회사의 지분을 20%,비상장자회사는 지분의 40% 이상 보유해야 한다). 또 한 기업이 M&A되는 경우라도 다른 자회사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기업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특히 SK그룹의 경우 분식회계로 물의를 빚은 바 있고, 소버린의 공격을 받아 경영권이 위태로웠던 적도 있다.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고 더 기업 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할 노력이 다른 그룹보다도 더 큰 편이라고 언급됐다.

SK 그룹은 이미 1년 전 이뤄진 SK 지주제 실시에 이어, 금년에는 SK C&C를 상장시키는 방식을 통해, 텔레콤과 네트웍스가 보유한 C&C 지분 45%를 매각할 방침이었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해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 IPO 추진이 물 건너 가면서, SK그룹의 지주제 전환은 매듭에 차질을 빚게 돼 지주제 전환 트렌드에 동참 버스 탑승을 스스로 연기한 셈이다.

◆ 싸게 공개하느니 차라리…?

상장 철회의 가장 큰 원인은 주식 공모가 원활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수요예측 결과가 SK C&C가 목표한 공모가격에 11만원~13만원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결국 상장을 연기하게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증시 한파 속에 SKC&C의 해외투자자 유치를 위한 로드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설이 많았다.

공모예정가가 지나치게 높고 시장 상황에도 문제가 있어 장벽을 만난 것이다.

현재 개인이나 기관 모두 규모가 1조원이 넘는 SKC&C 주식을 인수하기는 부담인 것이 사실이다. 현 상황에서 예정 공모가가 높다는 것.

그렇다면 공모가를 낮췄다면 진행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회사 측은 낮은 가격에 공모를 진행하는 것보다는, 아예 IPO 자체를 연기하는 쪽을 택했다.

   
<사진= SK C&C 기업공개 연기에 대해 SK 주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주식관련 사이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 내부 문책론 솔솔

이렇게 기업 공개가 야심차게 추진되다가 없던 일이 된 상황에 대해 책임론이 나오고 있다. 위에서 보듯, 이번 일은 단순히 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한 상장 철회, 즉 시장 상황을 감안한 일보 후퇴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즉, 이번 SK C&C의 상장 추진부터 상장 철회까지의 흐름이 그룹 전체의 이익을 위한 필요성에 따라 이뤄졌다기 보다는, ‘상장을 통한 최태원 회장의 시세 차익 추진’이 아니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

현재 SK C&C 주식 중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분은 44.5%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지난 달만 해도 이번 상장으로 1조 235억원에서 1조 1748억원의 이익을 최 회장이 얻을 것으로 점쳐 왔다. 그러나 증시가 연이어 하락하고 공모가가 낮아지면서 공개 철회까지 이뤄지자, “그럼 결국 상장 추진과 상장 철회 모두가 최 회장 개인의 쌈짓돈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게 아니었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 SK C&C측은 부인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증시 상황이 좋지 않아서 내린 판단일 뿐”이라며  “증시상황에 따른 연기라고 하지만, 처음 공개를 추진했을 때에도 이미 경제지표가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근시안적으로 판단해 기업공개를 망친 데 대한 문책론이 나오는 것은 어떻게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시기적으로 늦춰지는 것뿐이므로 문책은 검토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LG이노텍 등은 공개 약속 지켜 비교

이렇게 IPO를 좌고우면하는 SK그룹의 이 같은 태도는 비슷한 시기에 공개를 추진했던 LG이모텍 등이 어려운 증시 상황에도 불구, 공개를 추진하는 것과 비교되고 있다.

한편, SK C&C측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공개 후 SK와의 합병 추진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실 SK C&C가 기업공개를 하게 되면 그룹 내에 지주회사가 두 개가 되는 상황이 될 것으로 우려돼 왔다.

   
<사진=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를 막기 위해 SK C&C와  SK와의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설득력 있게 제기돼 왔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기업 공개 후  SK와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것은 계획이 없다”고 말해, 그렇다면 SK C&C가 과연 기업공개 파급효과와 그 이후를 전 방위에서 진지하게 검토해 본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다만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은, 이런 합병 시나리오는 기업의 지주제 전환 마무리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해석돼 왔지만, 최 회장의 지배 장악력 약화를 가져온다는 점이 난제로 꼽힌다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즉 SK C&C 공개 추진은 지주회사제 전환 마무리라는 큰  틀이라기 보다 시사차익 규모의 판단(기업 오너의 이익)이 우선시되어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점에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또 다른 문제는 최 회장이 이 주식의 시세 차익에 집착하는 자체가 모순이라는 점이다. 최 회장은 당초 SK C&C 주식을 1993년 유공과 선경건설로부터 매수할 때 주당 400원의 파격적인 가격으로 산 것으로 알려졌다(당시 액면가 1만원). 또 SK C&C는 그룹 계열사들의 컴퓨터 시스템을 용역 관리해 이익을 얻는 회사로, 사실상 그룹의 보호망 속에서 자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렇게 싸게 얻은 SK C&C의 주식을 바탕으로 현재 지주회사인 SK를 지배하고 있는 최 회장에 대한 과잉충성이 아니냐는 것이다. 즉, SK C&C 기업 공개 시점까지 최 회장의 이익 실현을 위해 공모 여부가 움직여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점에서, 이번 상장철회 소식은 SK그룹의 기업문화가 아직 오너 개인의 이익에 최우선으로 방점을 찍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따라서 이번 상장 철회는 단순한 기업관련 가십이 아닌 지주회사 전환 1주년을 맞는 SK그룹의 내심은 아직 체질개선 완성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적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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