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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장인데" 증권사 리포트 99% '매수'…개미만 운다

5년간 증권사 32곳 매도의견 '0.1%'…상장사‧증권사 갑을관계 지적

이정훈 기자 | ljh@newsprime.co.kr | 2022.09.16 10:52:41

서울 여의도 증권가.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올해 들어 코스피가 20% 가까이 급락했지만, 국내 증권사 리포트는 연일 '매수'의견만 외치고 있다. 매도의견 비율은 불과 0.1%다. 수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란 점에서 증권사 리포트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및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국내 증권사 32곳이 낸 매도의견은 32건에 그쳤다. 전체 투자의견(2만2097건)의 0.14%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 매수의견은 2만335건으로 92%에 달했다. 중립의견은 2520건으로 11.4%였다.

가장 많은 매수 리포트를 낸 곳은 국내 증권사 중 하나증권이다. 이어 △신한금융투자 988건 △대신증권(003540) 893건 △삼성증권(016360) 856건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 831건 순이었다. 

이 기간 하나증권과 대신증권이 낸 매도의견은 각각 5건에 불과했다.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19곳은 5년간 매도의견을 한 차례도 내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약세장이 시작된 올해 초에도 이들의 '사자' 외침은 변함이 없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증권사 31곳의 종목 분석 리포트의 매수의견 비율은 93.3%를 기록했다. 중립의견은 6.6%, 매도의견은 0.1%였다.

이러한 매수의견 리포트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말 90.4%에서 지난해 기준 1분기 90.9%, 2·3분기 91.2%, 4분기 91.9%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증시의 조정장세에도, 매수의견 리포트 비율은 외려 늘어난 셈이다. 상황이 이렇자 개미들은 증권사 리포트의 중립의견을 사실상 매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제는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국내 증권사가 압도적으로 '매수 쏠림' 현상이 극심하다는 점이다. 강병원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5년간 외국계 증권사가 낸 매도의견은 1만8680건으로 전체(11만8019건)의 15.8%를 차지했다.

이처럼 개인투자자들은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10개 중 9개꼴로 매수의견을 제시하는 리포트에 대해 분석 객관성의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시장눈높이와 동떨어진 장밋빛 전망만 내놓을 뿐이라는 시각이다.

증권사 매수의견 리포트 편향문제는 어제오늘이 아닌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러한 문제점을 현직 애널리스트에게 물었지만, 대부분 대답을 회피했다.

이와 관련해 강 의원은 매수의견 편중 원인을 증권사와 위탁사의 관계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그는 "매도의견을 낼 경우 기업에서 미팅을 안 받아주는 등 부조리한 관행이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기업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매수의견을 남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업계 관계자들도 이러한 문제를 상장사와 증권사의 뿌리 깊은 '갑을' 관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수입의 대부분이 법인영업에서 나오고, 상장사와 사이가 좋을수록 많은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기업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할 경우에는 해당 기업과 관계가 악화돼 기업공개(IPO)와 채권 발행 및 주관 등 법인영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토로했다. 

강 의원은 이에 대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극히 높은 상황에서 매수의견으로 편중된 증권사 리포트는 개인투자자들의 판단을 저해할 소지가 충분하다"며 "금융감독원이 해외처럼 독립리서치를 활성화하거나, 특정 투자의견 비율 조정을 권고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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