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년간 4대 시중은행은 점포 효율화와 비용절감 등 이유로 점포 수를 감축해왔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지난 10년간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점포 수 감축에 몰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점포 효율화와 비용절감 등이 이유다. 문제는 디지털에 취약한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은 금리인상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연이어 갱신했다. 하지만, 점포 수 감축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금융권 디지털 고도화 정책과 맞물려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 2020년 코로나 이후 '확산'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아 1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4대 시중은행은 늘어난 당기순이익에 비해 점포 수는 감축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21년 4대 시중은행인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의 당기순이익은 9조24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에 기록한 5조4613억원 대비 69.3% 증가한 수치다.
이에 비해 점포 수는 크게 줄었다. 4대 시중은행 점포수는 지난 2012년 4137개에서 2021년 3079개로 약 25.5%(1058개) 감소했다.
특히 이같은 감소 추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과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금융플랫폼 위주의 은행 디지털화가 가속화된 지난 2020년부터 확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보고서에 의하면 4대 시중은행 점포는 2019년 38개 감소한 것에 그쳤다. 하지만 2020년에는 222개가 없어졌다. 2021년에는 224개 점포가 감축되면서 2019년 대비 5배 이상의 점포가 사라졌다고 발표했다.
올해에도 점포 감소세는 변함없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6월말 기준 4대 시중은행 점포(지점, 영업소) 수는 지난 2021년 말 3079개 대비 136곳 줄어든 2943개로 집계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화에 따른 비대면 서비스 강화와 점포 효율화 진행으로 영업점 창구 이용보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활용하는 고객 빈도가 높다"라며 "직접 은행 점포에 방문하는 고객들이 감소하고 있고, 금융 디지털화가 지속되는 만큼 오프라인 점포의 의미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 디지털 이용 어려운 고령층…금융당국‧업계 대안 마련 '열중'
이같은 시중은행 점포 축소 현상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바로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에게 불편함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표한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 평균은 68.6%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중 70대는 38.8%로 연령별 디지털 정보화가 가장 낮은 세대다. 충남 당진에 거주하는 A씨(78세)는 "누군가 옆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휴대폰을 이용한 은행 업무를 볼 수 없다. 몸이 불편함에도 은행 점포를 방문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인데, 인근에 있던 은행들이 없어지면서 불편은 더 크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고령층 금융소비자는 디지털 금융서비스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위주 서비스 등 비대면 채널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점포 수도 줄어들면서 대안 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권용석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점포 운영의 효율화가 불가피한 은행들이 공동점포로 금융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공동점포는 현재 시중은행들이 금융소외계층의 오프라인 점포 이용성 향상 통한 불편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실시되고 있다. 첫 발을 내딛은 것은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다. 양 은행은 경기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은행권 최초로 공동점포를 개점했다.

우리은행은 하나은행과 지난 4월25일 은행권 최초로 공동점포를 개점했다. ⓒ 우리은행
해당 점포에서는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영업 공간을 절반씩 사용한다. 아울러 △소액 입출금 △제신고 △전자금융 △공과금 수납업무 등 고령층 금융소비자 수요가 많은 단순 창구업무를 취급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공동점포를 통해 고령층 등 디지털금융을 어려워하는 계층과 인근 지역 주민들의 금융 접근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지난 5일 경기도 양주, 경상북도 영주 지역에 공동점포를 개점했다. 양 은행은 점포 내 창구와 금고 등 개별 영업에 필요한 공간은 별도 운영하고, △객장 △자동화코너 △주차장 등 고객 이용 공간은 공유하는 형태다.
특히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 대면 채널 상담 선호도를 반영해 기존 영업점과 동일한 △여‧수신 △외환 △전자금융 △부수대행 등 모든 은행업무가 가능하다. 이는 앞서 개점한 우리‧하나은행 공동점포와 달리 상품판매 업무에 제한이 없다는 특징이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공동점포는 고령층 등 금융소외계층 불편 최소화와 은행의 사회적 역할 수행을 위해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공동점포 확대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으며, 고객 금융 접근성과 편의성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금융소외계층 이용불편 해소를 위한 정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은행권 오프라인 금융접근성 제고방안'을 마련했다. 올해 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시중은행 고객들이 전국 2482개 금융취급 우체국 지점에서 입‧출금 조회업무와 자동화기기(ATM)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지도록 하는게 골자다.
이외에도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 추진 △공동점포 활성화를 위한 지원 논의 △디지털 금융접근성 제고 등 은행 점포 외 대안이 될 수 있는 오프라인 채널 확보를 위한 행보에 나서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국내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은행권 지점 수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며 "취약계층 배려와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 충족 등을 감안해 정부와 업계가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