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상반기 역대급 호황을 맞은 국내 정유업계와 액화석유가스(LNG)업계가 하반기 들어 서로 상반된 표정을 짓고 있다.
LPG업계는 LPG의 지속적인 수요가 전망돼 견조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하락을 비롯해 외부요인으로 인한 업황 둔화가 예상된다.
◆치솟는 LNG 가격에 늘어나는 LPG 수요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톤(t)당 1100달러를 넘어서며, 1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LNG 공급이 원활하지 않자 LNG 가격이 끝을 모르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체에너지인 LPG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LPG는 LNG 대비 저렴한 가격과 공급차질 우려가 적어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이는 국내 LPG업체(SK가스·E1)에게도 호재로 작용 중이다.

SK가스와 사우디 석유화학 기업 APC 등이 합작해 2016년 상업가동을 시작한 SK어드밴스드 울산공장. ⓒ SK가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국내 LPG 소비량은 올해 상반기 6844만6000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1.3% 늘었다.
이러한 기조는 하반기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SK가스와 E1의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특히 양사는 상반기 계절적 비수기 영향에도 불구,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해 올해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구체적으로 SK가스는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4조2733억원, 영업익 162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9.9%, 97.9% 증가했다. 2위 사업자 E1의 실적도 큰 폭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E1은 매출액 3조9759억원, 영업익 66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8%, 59.2% 상승했다.
정부의 정책 기조도 LPG업계에 호재로 다가온다. 최근 정부는 천연가스 수급 안정과 에너지 수급액 감축을 위해 천연가스에 LPG를 혼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가 한국가스공사의 천연가스 공급규정을 개정해 LPG 혼입을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도시가스 원료에 LNG 대신 LPG가 일부 공급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동절기 LNG 수입액을 약 1조1880억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체 연료 역시 도시가스에서 LPG로 바꿔 약 6615억원을 줄일 계획이다.
통상 LPG는 겨울철 난방 수요 등으로 인해 하반기에 수요가 더욱 늘어나는 양상을 띤다. 전체 수요의 30% 수준을 차지하던 △가정상업용 △산업용 △열조·도시가스용 LPG 수요가 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LPG업계가 상당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1983년 준공된 E1 여수기지 전경. ⓒ E1
다만, 최근 석유화학업체들의 시황이 좋지 않아 LPG 공급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화학업체에 제공하던 LPG 물량이 지속 축소될 우려가 있어 향후 시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SK가스 관계자는 "동절기에는 전반적으로 LPG 수요가 증가한다"면서도 "석유화학업체의 시황이 좋지 않아 공장가동률을 낮추고 있어 물량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러시아산 LNG 수출규제, 기타 LNG 수출국들의 자국 내 에너지 확보를 위한 수출 제한 등 변수가 발생하고 있다"며 "LNG 대체제인 LPG 사용량 증가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정유업계, 잇단 악재에 하반기 전망 '깜깜'
정유업계의 하반기 전망은 낙관적이지 않다. 현재 아시아 지역 정제마진 하향 조정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비롯해 횡재세 도입 논의까지 이뤄지고 있어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GS칼텍스)가 고유가로 인해 상반기 12조원이 넘는 과도한 영업익을 거둔 만큼, 영업익 중 일부를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석유사업법상 유가가 등락하는 과정에서 정유사의 이익이 커지면 부담금을 징수할 수 있는 규정이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이번 상반기 호황이 일시적인 요인으로 판단, 하반기 실적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해 정제마진은 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배럴당 29.5달러까지 치솟았던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8월 초 3달러로 급락했다. 8월 넷째주 정제마진은 12.6달러로 다시 반등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안개 속 전망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유 4사가 10조원이 넘는 영업익을 거둔 만큼 법인세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4사의 상반기 법인세는 총 3조1732억원으로 전년 동기(9090억원) 대비 249% 늘었다. 만일 횡재세가 도입된다면 정유업계의 부담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정제마진이 정유사 실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라며 "지난달 초 3달러 수준의 정제마진을 기록해 정유업체들의 실적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정제마진이 반등 추이를 보이고 있으나 바로 실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향후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다만 경유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정유업계 실적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