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7.16p(-1.10%) 하락한 2435.34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5.7원 오른 1345.5원에 거래를 마쳤다. ⓒ 연합뉴스
[프라임경제] 원·달러환율이 1340원을 뚫고 연고점을 경신했다. 동시에 주식시장은 달러 강세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기조 등 대내외 악재로 인해 더 오를 일만 남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22일 원·달러환율은 장중 1340.2원을 '터치'하며 1340원선을 위협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바로 다음날인 23일 원·달러환율이 전장 대비 5.7원 상승한 1345.5원에 마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29일 1357.5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달러 강세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주문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주문에 외환당국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며 즉각 반응을 보였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지난 6월13일 이후 두달 만이다.
다만 당국의 발언만으로 달러화 초강세 현상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던 모양새다. 올해 들어 달러 가치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킹달러', '슈퍼달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러한 달러 강세로 인해 주식시장은 연일 미끄럼틀을 탔다. 최근 원·달러환율이 지난 19일에 이어 3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하자 코스피는 2500선에서 2430선까지 3% 가까이 빠졌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 금리 상승이나 미 달러화 가치 상승은 외국인의 국내주식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을 증가시키므로 자금유출을 발생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12일 환율이 한때 1299.3원까지 떨어지자 코스피 지수가 2520선까지 큰 폭 상승했다. 하지만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했던 환율은 지난 18일 연준의 7월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으로 인해 달러 선호심리가 부각됐다.
당시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2%를 계속 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진정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직 거의 없어 긴축 재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FOMC 회의록이 공개된데 이어 일부 연준 인사들이 매파적인 발언을 덧붙이면서 자이언트스텝(0.75%p) 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됐다. 즉 시장은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7월 말 FOMC 결과에 따라 다시 달러 선호심리로 돌아섰다는 의미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이달 25~27일 잭슨홀 미팅에서 연준의 매파적인 발언이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상에 강한 의지를 보일 경우 달러 강세 현상에 불을 지피게 되기 때문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과 주요 연준 인사들은 물가의 추세적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경기를 일부 제약하는 정도의 강한 긴축 입장의 타당함을 주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중국의 경기침체에 따른 위원화 약세,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인한 유럽 경기침체, 국내 무역수지 적자 등 대내외 악재가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19일 역외위안·달러환율은 19일 6.84위안을 터치하며, 대도시 봉쇄로 경기둔화 우려가 고조되던 지난 5월 수준을 상회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의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긴축과 러시아발 공급 축소에 따른 겨울철 에너지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여전히 유의미한 유로화 반등이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내적으로는 부진한 경상 수급이 원화 약세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8월 1~10일 수출(77억달러 적자)까지 반영한 연초 이후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229억달러에 육박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악재가 하반기에도 지속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제기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가치 하락 요인은 연준의 긴축 강화정책에 따른 달러 강세와 침체 가능성이 반영된 결과"라며 "수출 성장세가 코로나19 국면이었던 전 저점까지 마이너스(-) 폭을 확대할 경우 원화 가치는 1350원에서 1370원까지 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도 "현재 외환시장은 달러 강세, 경기 침체, 무역적자 누적에 속수무책"이라며 "위기를 반영한 원·달러 환율은 1400원까지도 무주공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