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건설사들은 대내외 경제상황과 경영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몰락의 나락으로 내몰리기도 한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일지라도 변화 바람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그렇기에 국내 산업 기틀을 형성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급변하는 시대에 역행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건설강국을 이끌고 있는 건설사들을 탐방해 '건설사개론' 시리즈를 꾸린다. 이번 회에는 '굴지의 건설사'로 거듭난 DL E&C(이하 DL이앤씨) 지분구조에 대해 살펴본다.
1939년 인천 부평 한적한 초가집에 '부림상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모습을 드러낸 DL그룹은 '대한민국 건설회사 1호'로 국내 건설 산업을 이끌고 있다. 현재 총13개사로 이뤄진 DL그룹은 모기업으로 건설 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런 DL그룹을 견인하고 있는 DL이앤씨(375500)는 1966년 베트남 최초 진출 이래 전 세계에서 건축·토목·플랜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글로벌 EPC 선두주자'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신뢰와 인정을 받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변화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실제 1947년 이전 '부림상회'에서 대림산업으로 한 차례 변신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74년 만에 현 DL(000210)로 간판을 바꾸며 이해욱 회장 체제로 지배구조를 공고히 다지기도 했다.
이번 변신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순환출자 해소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더불어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아울러 사업적으로 변화도 꾀했다는 평가다. 건설분야에 있어 디벨로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으며, 건설부문에서 분리된 석유화학사업의 경우 미래 성장동력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 사업별 성장전략 추구
'국가대표 건설사' DL이앤씨가 또 다시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에 있어 톱3 진입에 성공했다. 기업분할 여파로 일시적으로 순위가 8위까지 밀려났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기존 평가방식을 적용받아 순위가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이처럼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DL이앤씨는 건설사 이미지가 강한 DL그룹 건설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물론 DL이앤씨가 지분 63.94%을 보유한 DL건설(001880)도 시평 12위(2022년 기준)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DL이앤씨 그림자에 가려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DL그룹은 지난해 1월, 이전 대림산업에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과 동시에 '돈의문 시대'를 개막했다. © DL이앤씨
DL이앤씨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지주회사 DL이 주식 23.13%를 확보한 '최대주주'이며 △학교법인 대림학원 1.26% △이준용 명예회장 '장녀' 이진숙 0.08% △'차녀' 이윤영 0.06% △'3남' 이해창 0.0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이전 대림산업에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에 성공해 재탄생한 DL그룹은 기업분할을 통해 산업별 특성에 맞는 개별 성장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 재평가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이익 극대화를 실현한다는 방침 아래 건설과 석유화학, 에너지 등 그룹 역량을 집중해 분야별 디벨로퍼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재탄생한 DL그룹은 크게 '건설' DL이앤씨(지분 22.19%)를 비롯해 △'석유화학' DL케미칼(88.9%) △'에너지' DL에너지(70.0%)로 구분된다. 이외에도 △DL모터스(100%) △글래드호텔앤리조트(100%) △송도파워(100%) △험프리SQL(43.16%) 등을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직계열화 지배구조를 완성한 DL그룹은 사업별로 보다 투명하고 독립적 구조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라며 "DL이앤씨와 DL케미칼, DL에너지가 사업별 특성에 맞는 개별 성장전략 추구가 가능해졌으며, 기업가치도 재평가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지분구조 개편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석유화학' DL케미칼이다. 이전 석유화학부문은 대림산업 사업부였던 만큼 건설에서 벌어온 돈을 석유화학사업에 투자한다는 점에 불만을 갖는 주주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즉 DL케미칼 분리는 향후 '과감한 투자를 통한 사업 확장'이라는 이해욱 회장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 지주사 DL은 지난해 6월 DL케미칼 4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으며, 9월에는 카리플렉스 및 DL에프엔씨 주식을 DL케미칼에 현물증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사실상 그룹 차원 지원이 무려 8500억원에 달한다.
DL케미칼을 향한 그룹 차원에서 투자는 탄탄한 사업구조 때문이다.
현재 DL케미칼은 '국내 최대 NCC(나프타 크래커)' 여천NCC와 '폴리프로필렌 생산 기업' 폴리미래 지분을 각각 50% 보유하고 있어 매년 안정적 배당을 받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 사업에 있어 원료 조달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여천NCC로부터 원료를 공급받는 DL케미칼 사업구조는 대단히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이런 그룹 차원 투자와 탄탄한 사업구조 덕분인지 DL케미칼은 출범 첫해인 지난해(연결 기준) △매출 1조6000억원 △영업이익 1200억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이뤄냈다. 나아가 올 2분기(별도 기준) 실적 역시 △매출 4860억원(전년비 34%↑) △영업이익 386억원(16%↑)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 3월 공식적으로 그룹 품에 안긴 '미국 석유화학기업' 크레이튼이 2분기 흑자 행진으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탠 것이다.
◆'그룹 최정점' 이해욱 회장 지배력 강화
DL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순환출자 구조 해소 등 지배구조 개선 취지도 있지만, 업계에서 바라본 핵심은 '이해욱 회장의 지배력 강화'라는 시선이 강하다. 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대림 '최대주주' 이해욱 회장이기 때문이다.

DL그룹은 지난해 지주사로의 전환을 통해 이해욱 회장 → 대림 → DL → DL이앤씨 · DL케미칼 · DL에너지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 프라임경제
DL그룹은 현재(2022년 5월16일 기준) 상장사 △지주사 DL △DL이앤씨 △DL건설과 비상장사 39개사 총 42개 국내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이다. 재계순위(2022년도 대기업집단 지정결과) 역시 공정자산총액 24조7660억원으로 18위에 위치했다.
DL 지분구조상 최대주주는 지분 42.28%를 갖고 있는 대림이다. 이외에도 △학교법인 대림학원 0.93% △이준용 명예회장 '장녀' 이진숙 0.06% △'차녀' 이윤영 0.05% △'3남' 이해창 0.03% 등으로, 특수관계인 확보 지분이 43.35%에 달하는 대림 '자회사'다.
이런 대림 '최대주주'가 지분 52.3%(3월31일 기준)를 보유한 이준용 명예회장 '장남' 이해욱 회장이다. 이외에도 △'차남' 이해승 0.5% △재단법인 대림문화재단 6.2% △학교법인 대림학원 2.7% △재단법인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 0.5%를 감안하면, 이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비중이 62.3%에 달한다.
즉 이 회장이 이끌고 있는 대림(비상장)이 '지주사' DL을 비롯해 주요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고, DL은 여러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이해욱 회장 → 대림 → DL → DL이앤씨 · DL케미칼 · DL에너지 지배구조를 완성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이해욱 회장 지배력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인적분할과 지분스왑 단행으로 대림의 DL 지분율이 42.28%(이전 21.67%)로 높아졌다"라며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동시에 지배구조도 공고히 다질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