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6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결정에 나선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꾸준히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한 만큼 향후 한국은행도 추가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선 이자부담이 가중될 대출자들의 한숨 소리만 깊어가고 있다.
반면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이 물가 상승률을 억누를 수 있는 유일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은도 미 연준처럼 확실하고 명확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잡히지 않는 '미국 물가' 오는 28일 FOMC 결정은?
미 연준은 3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제로 금리(0~0.25%)에서 3년만에 0.25%p 인상해 0.25~0.50%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에도 이들은 FOMC 정례회의 때마다 빅 스탭(0.50%p 인상), 자이언트 스탭(0.75%p 인상) 등을 밟으며 지난 6월까지 단 3달 만에 기준금리를 1.50~1.75%까지 끌어올렸다.
미국이 이처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을 진행한 이유는 세계적으로 나타난 물가 상승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지난 5월 빅스텝 이후 "물가상승률이 분명하고 확실하게 내려가는 것을 볼 때까지 우리는 계속 (금리 인상을) 밀어붙일 것"이라고 입장을 명확히 했다.
결국 미 연준 FOMC는 지난 6월16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려버리는 자이언트 스탭을 단행했으며, 이후 공개된 의사록에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란 단어만 90번 언급했다. 아울러 의사록에 기록된 FOMC 위원들은 "통화정책 강화가 당분간 경제 성장 속도를 느리게 만들 수 있지만, 물가 상승률을 다시 2%로 낮추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기 둔화가 발생하더라도 물가부터 잡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처럼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도 현재 미국 물가 상승률은 잡히지 않고 있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98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인 9.1%를 기록했다. 미국 물가 상승률이 약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집계되자, 시장에선 FOMC가 오는 28일 자이언트 스탭이나 울트라 스탭(1.00%p)을 단행할 것이라 가닥을 잡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 연준 이사도 지난 15일 "6월 소비자물가지수 이후 나는 0.75%p 금리인상을 지지한다"며 "7월 FOMC 전에 중요 데이터 수치들이 예상보다 강하다면 나는 더 큰 금리인상으로 기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역전 시, 외국자본 이동·화폐가치 하락 등
앞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지난 2019년 말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고 경기침체 조짐이 보이자 기준금리를 낮추고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수많은 양의 통화(通貨)를 풀었다. 국내에선 이러한 양적완화로 인한 저금리 때문에 가계부채가 폭증했다.
한국은행 가계신용동향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은 코로나19가 시작된 2019년말 1504조6000억원에서 지난해말 251조2000억원 늘어난 175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앞선 2017~2019년 증가폭인 134조7000억원 대비 두 배에 달한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자 한국은행은 미국보다 먼저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으며, 지난해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당시 이주열 전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제 주체들의 차입비용이 높아지고 위험 선호 성향을 낮추게 된다"며 "가계부채 증가세나 주택가격 오름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선제적인 인상에도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면서, 한국과 금리역전 현상마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가 미국에 역전되면 국내에 머물던 외국 투자자들은 자본을 빼 미국으로 이동할 확률이 높아진다. 아울러 화폐가치도 달러에 비해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게 된다.
현재 양국의 기준금리 격차는 한국이 0.50~0.75%p 앞서고 있다. 하지만 FOMC가 28일 새벽 0.75%p 인상을 결정하게 된다면, 이에 맞춰 한국도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야한다.
특히 지난 6월 한국 소비자물가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6.0% 상승한 만큼, 오는 8월 예정된 한국은행 금통위 기준금리 인상 결정에 관심과 걱정이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 "물가상승 or 대출자 고충" 선택의 기로
향후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예고되자, 늘어날 금리부담에 대출자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기준금리가 0.25%p 오르면 가계 이자부담은 연간 4조3000억원 정도 늘어난다. 이는 1인당 평균 이자부담이 16만3000원 정도 증가하는 셈이다.
지난해 변동금리 대출을 받은 박예서(봉천동, 29세)씨는 "어느 정도 금리가 오르면 멈출 줄 알았는데 향후 계속 오른다니 막막하다"며 "물가를 위해서라지만 다른 방법이 없는지 궁금하다"고 호소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8월 기준금리를 정하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 장민태 기자
한은은 최근 이러한 대출자 이자부담·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고민이 깊어진 모양새다. 한은이 지난 13일 역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날 이창용 총재는 "고물가 고착화를 막는 것이 우선이기에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할 것"이라며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물가가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한다면 빅스텝과 같은 급격한 금리 인상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물가를 잡기위해선 기준금리를 더 올리고 시장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예전에 미국과 금리역전이 발생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도 굳이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는 없다"며 "미국 FOMC는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가 확고한 반면 한은은 확실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출자들의 고통을 줄이고자 물가 상승을 등한시 한 채, 금리를 안올릴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있다"며 "지난번에 향후 0.25%p씩 올리겠다는 등의 발언은 시장에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빈 교수는 "물가를 잡을 수 있는 정책적인 수단이 금리 외에는 없다"며 "특히 한국은 다른 주요국가와 다르게 물가지수에 주거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실제 상승률은 더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은이 물가를 잡으려는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않으면 일반인들의 물가 전망수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올라가고, 이로 인해 물가 상승은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7일 한은이 발표한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4.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대를 넘어선 것은 유럽재정위기 등이 일어난 2012년 3월 이후 10년만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금리를 올리는 폭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을 제어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물가를 잡기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기에 대출자들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