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SK하이닉스(000660)가 충북 청주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했다. 고환율, 고물가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설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열어 청주공장 증설 안건을 의결하려고 했으나, 논의 끝에 결국 최종 결정을 보류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43만3000여㎡ 부지에 약 4조3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M17)을 증설할 계획이었다. 2025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향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판단, 미리 클린룸(먼지·세균이 없는 생산시설)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초 계획대라면 내년 초 착공을 위해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했지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증설을 보류하게 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신규 공장 증설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업황 전망이 불투명해진 데다 당초 계획한 투자비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10% 안팎의 하락 중이며, 낸드 플래시 가격도 최근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 더해 원화 약세로 원자재 가격 등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투자 비용이 당초 계획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증설 보류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투자 계획이 변경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최 회장은 지난 14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솔직히 이자가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어 전략전술적인 형태로 투자를 지연할 수 있다"면서 "재료 부문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그 부문을 원래 투자대로 그대로 밀기에는 계획에 잘 안 맞아 어쩔 수 없이 조정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경기 침체로 인해 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투자 계획을 조정하고 있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는 최근 올해 시설투자(CAPEX) 계획을 기존 400억~440억 달러에서 400억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도 신규 공장·설비투자를 줄일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말 실적발표에서 "향후 수개 분기에 걸쳐 공급 증가를 조절하기 위해 조처하고 있다"며 "신규 공장·설비투자를 줄여 공급과잉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다른 기업도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는 미국 애리조나에 건설하려던 원통형 배터리 전용 독자 생산공장에 대해 재검토에 돌입했다. 애초 계획한 1조7000억원보다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애리조나 공장 건설을 재검토하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이를 고려해 투자를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고, 부지를 이미 확보한 만큼 백지화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