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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2의 대공황 현실화되나

주가하락,고용불안,기업위기等 증폭 대응책 시급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08.07.03 17:44:59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미국 경제가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져든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낳고 있다. 금융난이 기업 경영을 위태롭게 하고, 이것이 다시 소비 침체로 이어지는 공황 국면의 징후도 엿보인다.

미국 경제의 위기는 우리 나라 등 전세계 경제에 여파를 미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지난 30년대의 대공황처럼 잠재되어 있던 위기요소들이 금융 위기,증시 폭락에서 터져 산업 전반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경우를 대비해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증시,베어 마켓 공식 진입

2 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비해 166.75포인트 떨어진 1만1425.51로 마감, 종가기준으로 지난해 10월 고점대비 20.8% 하락했다. 같은 날 나스닥 지수 역시 53.51포인트 하락한 2251.46으로 장을 마쳐, 고점대비 21.3%이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고점대비 하락폭이 20%를 넘어서면 '베어마켓' 으로 이야기한다. 하강이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미국 증시가 결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불안을 깨끗이 털지 못하고, 고유가 상황에 휘말렸음을 방증한다. 특히 금융주와 산업주 가릴 것 없이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어,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힌스데일 어소시에이츠의 몰 놀테 투자본부장은 "지난 급락 추세에도 불구하고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보기 어렵고, 단지 가야할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하락이 본격화할 우려를 제기한다. 놀테 본부장은 "이번주 주식시장은 공식적으로 '곰의 영역'(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라면서, "경기침체 시기에 증시가 30%나 그 이상 조정받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물론 지금의 주식시장 문제는 금융위기 여파와 고유가 문제로 인한 몸살에서 시작된 것으로, 전쟁 후 과도한 생산을 떠안지 못하고 주저앉은 대공황기와는 다르다. 그러나 이미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치르며 그 동안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석유 의존도를 낮춰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곧 털고 일어날 것이라고 해석해 온 많은 희망적 전망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현상황은  경우에 따라서는 작은 악재가 새로 부각되는 것만으로도 '검은 월요일‘ 못지 않은 투매 랠리를 낳을 수 있다. 현재 극도로 위축된 투자심리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기업체 부실화 조짐 나타나

메릴린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형 자동차 메이커인 GM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날 GM이 지난달 판매실적이 18% 감소했다고 밝힌 데 이어 나온 충격적인 전망이다. "천하의 제네럴 모터스(GM)라도 부도날 수 있다(Bankruptcy is not impossible)" 라는 존 머피 애널리스트의 부도가능성 언급은 미국 경제가 당면한 상황을 잘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마불사라는 바둑 용어처럼, GM은 그간 여러 번의 미 경제 침체와 일본차의 추격 속에서 어려움을 겪었을 지언정 미국 경제의 상징처럼 건재해 왔다. 그런 GM이 부도 가능성까지 언급된 점이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 등에 의해 반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GM 등의 현금 부족 상황이 전적으로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존 머피  애널리스트는 "이번 투자의견 하향 조정은 미국 자동차 판매 감소로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큰 자금을 모집해야할 것이란 관측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애그플레이션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등 금융위기로 식과 주의 기반이 흔들린 미국인들이 소비에서 크게 위축된 점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확실히 잡기 시작한 방증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를 떠받쳐 온 소비가 미덕이라는 논리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원자재난으로 시달리는 기업에는 한층 더 자금난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문제는 이것이 기업의 부실을 키우고, 그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악순환된다는 데 있다.

◆고용의 위기로 이어져

먹고 자는 기틀이 흔들린 미국인들이 이번에는 아예 가계 수단의 기본 젖줄인 고용 문제에서도 나락으로 밀리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5월 미국의 실업률이 5.5%라고 분석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 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느 나라 통계나 그러하듯, 구직을 포기한 구직실망자나 정규직 근로자에서 시간제 근로자로 전환한 경우 등 ‘고용의 질’이 나빠진 경우가 포함되지 않는다. 이를 포함할 경우 실질 실업률은 훨씬 높아질 수 있다. 미국 언론은 이를 대략 9.7% 정도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골드만삭스 같은 기관이나 뉴욕타임즈 등은 미국의 실업률이 내년말 6.4%로 정점에 이르는 등 장기화 조짐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고통스러운 실업과 사실상의 실업 상태까지 포함, 상당한 미국인이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위에서 언급한 주요 기업까지 존재 자체가 흔들리는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고용 불안정성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우리 경제, 미국발 공황 조짐 어떻게 대비할까?

이렇게 미국 경제 조짐이 심상찮은 가운데 우리 나라는 이런 시나리오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이미 2일 정부가 경제종합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스태그플레이의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물가와 민생 안정 및 일자리 창출, 성장 잠재력 확충 노력을 지속하는 데 정책기조를 두기로 한 것은 맞지만, 물가안정과 경기부양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운영을 잘못한 부분도 크지만,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이 고유가 및 원자재 값 상승 등 외적 요인으로 주로 촉발되고 촛불집회 등으로 인한 국정 공백으로 가중됐다는 점은 지금의 행정력 부족 상황으로서는 물가안정과 경기부양 중 하나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낫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정운영에 힘을 싣는 거국적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과, 단기적으로는 경제사령탑 공백 상황을 차기 내각 인선 매듭으로 빨리 푸는 것도 대응책 준비의 필수선결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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