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은행권 횡령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금융기관의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같은 금융사고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시중은행들이 실시하는게 내부순환근무제다. 문제는 해마다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에는 내부순환근무제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경각심이 갈수록 요구되고 있다.
내부순환근무제는 은행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2~5년마다 지점·부서를 이동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은 장기간 한 부서에서 근무한 직원을 다른 지점이나 부서로 이동시키는 순환근무제도를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는 오랜 기간 한 곳에서 근무한 직원이 개인 일탈로 금융 사고를 일으키는 것을 방지하고 다양한 은행 업무를 숙달하자는 취지에서다.

5대 시중은행은 현재 순환근무제도를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 각 사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은행은 사람을 상대하는 카운터파트다 보니 한 고객과 친밀도가 쌓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순환근무제를 하고 있다"며 "지점은 3년, 본점 부서는 5년 이런 식으로 내부 지침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들은 숙달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리다 보니 타 부서들에 비해 더 길게 일하는 직원도 있다"고 덧붙였다.
내부순환근무제는 은행법 시행령이나 감독규정에 명시해 강제하고 있지 않고 은행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진행한 내부순환근무제 행정지도에서조차 예외사항을 인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 허점이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부순환근무제를 제대로 시행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는 인력 양성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대체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은행도 결국 사기업인데 당국이나 외부에서 해당 사항에 지적은 가능해도 이를 강제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시스템 운영으로 횡령 우려 없다"
시중은행들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2013년 행정지도 차원의 공문을 보내면서 내규에 순환근무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금감원은 당시 국내 18개 은행에 '순환배치 인사운영 관련 유의 사항 통보'라는 제하의 공문을 보내 △직원 순환근무 적용 대상 △순환주기 △예외 인정 등을 내규에 담으라고 지도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순환근무 행정지도가 2013년에 나갔지만, 공지가 여전히 존재하기에 향후 출범한 은행까지 적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에 은행업에 들어왔다고 적용이 안 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2017년 4월 케이뱅크 출범을 시작으로 1금융권에 진입한 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현재 내부순환근무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금융당국이 매번 강조하던 동일 원칙에서 벗어난 상황으로 비춰질 수 있다. 아울러 미연의 사건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을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들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이 없고 본점에서 모든 업무를 하다 보니 개인이 허위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사람 손 타는 게 생각보다 많지 않고 시스템상 돌아가기 때문에 아직 그런 부분에서 우려가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내부 문제는 내부자 신고제도라든지 아니면 명령휴가제도 등을 이용해 통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카카오뱅크 관계자도 "내부에 직원이 일정기간 이상 근무하면 조직을 변경해야하는 순환근무제는 없다"며 "직원이 원한다면 직무를 변경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학계 "전산 조작하면 횡령 가능"…내부 감시·통제 필요
하지만 시중은행에서도 지점이 아닌 본점에서 오랜 기간 같은 업무를 진행하던 전문가가 사고를 일으켰다. 문제는 최근 은행권 횡령사고가 이러한 내부순환근무제가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지점이 없고 전문가들로만 채워진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해서 횡령에서 안전하다는 의견은 억측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전문가들로 인원 구성을 꾸릴 수 있는 게 본인들만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시중은행들이 굳이 번거롭게 순환근무제를 돌려가며 인력을 키우는 게 아니다"고 일갈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이 단지 소매금융들만 보고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데 은행에서 돈이라는 건 어떻게든 어딘가에 고여 있어야 하는 부분이라 구멍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내부순환근무제는 현행처럼 지점·부서 간 이동에 초점을 맞출 게 아니라 해당 업무에 대한 중복 근무연수를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고 첨언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중은행 횡령의 경우 서류를 다 조작해서 일어난 것인데, 인터넷전문은행은 전산을 조작하면 똑같이 횡령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인터넷 은행도 사람이 조직돼서 만들어진 은행이기 때문에 철저한 내부 감시·통제와 직원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전문은행은 코스피 상장을 마친 카카오뱅크에 이어 케이뱅크가 지난 1일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몸집 불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케이뱅크 몸값으로 약 6조원을 제시했으며,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하반기 보고서를 통해 케이뱅크 가치를 8조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