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조선업계가 역대급 수주 호황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이 러시아 선주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에 대해 추가 계약해지를 하면서 '러시아 리스크'가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조선업계에 남아있는 러시아 수주 물량에 대한 해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약해지된 선박들은 악성 재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 유지비까지 떠안을 수 있어 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 운반선. ⓒ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한 달 만에 러 선박 또 계약해지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30일 LNG 운반선 1척에 대해 유럽지역 선주가 선박 건조 대금을 기한 내 지급하지 않음에 따라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지난 5월18일 러시아발 LNG 운반선 1척에 대한 계약해지를 한지 약 한 달 만이다.
해당 선박은 2023년 7월31일에 인도될 예정이었지만, 선주가 선박 건조 대금을 기한 내 지급하지 않으면서 계약이 해지됐다.
계약이 파기된 선박 대금 규모는 약 3379억원이다. 당초 1조137억원(3척) 규모였으나, 2척이 취소되면서 계약 규모가 크게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선주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러시아 국영기업 노바텍이 선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바텍은 러시아 북극해 LNG 프로젝트에 투입될 쇄빙 LNG 운반선을 발주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러시아를 국제 금융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시키는 등 강력한 금융 제재를 가하면서 러시아 선주가 정상적으로 선박 대금을 납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LNG 운반선 1척에 대해 선주의 건조 대금 지급이 기한 내 이행되지 않음에 따라 계약에 따른 당사의 권리 보호 및 후속 절차 진행을 위해 당사가 계약 해지를 통지한 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18일에 계약이 해지된 선박과 같이 대우조선해양에 내야 할 3차례 중도금 가운데 1회차 중도금도 납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조선 수주의 경우 공정 단계마다 일부 대금을 받고, 건조를 마치고 선박을 인도할 때 나머지 대금을 발주사가 조선사에 지불하는 구조다.
러시아 금융제재가 당장 풀릴 가능성이 낮아 나머지 한척에 대한 계약도 조만간 해지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러 수주 많은 삼성중공업 긴장…"발주처와 협상 중"
대우조선해양뿐만 아니라 한국조선해양(009540), 삼성중공업(010140)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 3사가 러시아 선주들과 체결한 수주금액이 약 9조원에 달해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의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선주에게 수주한 선박은 총 5척(16억 달러)이다. 여기에 삼성중공업(50억 달러·25척)과 한국조선해양(5억5000만 달러·3척)을 합치면 조선 3사의 러시아 수주물량은 80억5000만 달러(9조7000억원)에 달한다.
계약이 해지된 선박은 당분간 조선사 소유가 되기 때문에 회계상 재고자산으로 남게 된다. 제3의 선주를 찾아 매각하지 못하면 악성 재고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경우 건조가 완료된 선박에 대한 유지 보수비 등을 조선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러시아 선사로부터 수주한 선박이 LNG선 3척이 있는데, 건조는 예정대로 잘 진행 중이며 계약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관련 리스크는 면밀히 살피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조선 3사 러시아 수주 물량의 절반을 가지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금 지급과 관련해 선주들과 협의 중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발주처와 앞으로 진행 상황에 대해 협상 중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