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나라당이 장기화된 국회 공전 사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단독 개원 추진 대신 야당들의 협력을 구해 국회의장을 먼저 뽑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런 의장 선출 추진을 타고 '한나라당과 일부 먼저 등원, 통합민주당은 천천히 등원'이라는 새 구상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의장 선출 먼저" 협상 우여곡절 끝 구체화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야당들과의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자유선진당과의 1일 원내대표 회동은 큰 소득이 없이 끝났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1일 기자들과 만나 브리핑을 갖고 "권선택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홍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4일까지 국회의장만이라도 뽑자는 제안이 나왔다"면서 "그러나 '야당을 설득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라. 단순히 의전만을 위한 의장 선출 합의는 의미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협상이 소득없이 끝났음을 전했다.
하지만 다른 야당 중 하나인 친박연대와는 1일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박종근 친박연대 원내대표가 한나라당과 의장 선출 문제에서 기본적으로 합의를 해 준 것.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153석을 갖고 있고, 친박연대는 13석을 갖고 있어 이들이 손을 잡으면 의장을 선출하는 데 지장이 없다. 더욱이 크게 보면 '범여권'인 친박연대지만 다른 정당(야당)과의 협력을 통해 국회정상화 추진의 물꼬를 텄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통합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지방 일정이 있어서 회동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으나 2일경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간의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과도 협상이 추진 중이다.
◆국회 공전 상황엔 숨통, 야당간 협력망엔 구멍 뚫어
홍 원내대표의 이같은 행보는 일단 의장단을 뽑아야 국제연합 반기문 의장의 국회방문 등 의전상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 외에도, 국회 공전 사태의 숨통을 트고 야당들 간의 연계 상황에 미세하나마 균열을 일으켜야 임시회를 소집, 회기를 연장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문제해결이 한결 쉬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광우병 우려로 인한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움직임이 장기화되면서, 야당들도 피로 현상을 보이면서 국회 공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야당들이 원하는 대로 가축전염병예방법 법안 처리에 원칙적으로 동의해 줄 수도 없고, 국정조사 등을 발동하도록 방치할 수도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고민이다.
더욱이 한나라당으로서는 제 1 야당인 민주당이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6일 이후까지 기다리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 물론 국회의장을 임기 개시 후 7일 내에 첫 회의를 열어 뽑아야 한다는 규정은 이미 어겼으므로(국회법 제 5조 및 15조) 지금 선출한다 해서 위법 상황이 소급해서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법적인 문제는 어쩔 수 없지만, 대신 여야 간 개원 논의 자체가 정지되면서 오는 정치적 부담은 줄일 수 있다는 큰 의미가 있다. 즉, 첫 임시회 회기 내에 의장만이라도 뽑느냐, 아니면 임시회를 다시 열어 의장을 뽑느냐라는 정치력 발휘의 상징적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차차 등원, '단계적 등원론' 힘받나
이런 방식으로 한나라당이 여당으로서의 정치력 발휘의 감을 다시 익히기 시작하는 동안, 야당간에 여당에 협력하는 당과 그렇지 않은 당으로 나뉘거나, 또 추후에는 등원에 적극적인 당과 그렇지 않은 당으로 나뉘면서 촛불정국이 잦아들기를 기다려 자연스럽게 '등원 문제 매듭'을 일군다면 장기 국회 공전은 매듭지을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도 6일 지도부가 새롭게 구성되는 등 국회 개원 협상에 당장은 힘을 싣기 어려운 상황이고, 내부적으로도 강경파와 등원파간에 세가 맞서고 있어 한나라당과 선뜻 협력을 시도할 수 없지만, 이렇게 한나라당이 우회적으로 단계적 등원을 추진하는 것까지 반발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우선 4일 의장 선출을 추진하고, 금요일인 4일에 새롭게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제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잘 되면 등원 문제로 가는 방법 마련, 못 되어도 일단 의장 선출은 마무리짓는 첫 단추를 꿰겠다는 한나라당의 구상이 7월 초 정국에서 어떻게 결말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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