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제는 되돌아가기 힘든 강을 건너 민주당으로 왔다. 무려 다섯 차례나 국회의원에 도전한 절친 동생이지만 상대 당 소속인 탓에 드러내고 도움 줄 수가 없어 못내 아쉬웠다.
6·1 지선이 끝나고 미력하나마 힘을 보탠 태안군수 선거 개표를 찾아보았다. 지난 대선에서 17%p 이상 민주당이 진 보수색 강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번에도 충남도지사 선거는 10%p 가량 밀렸다. 하지만 태안지역에서는 군수는 물론 과반 넘는 군의회 당선자를 배출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같이 열악한 선거구에서도 후보자의 본선 경쟁력과 제대로 된 선거여론 조사를 통한 전략이 적중한다면 다수에 예상을 깬 결과를 얼마든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교훈을 얻는다.
이번 지선 패배는 민주당의 헛발질과 자충수가 합작해서 만든 실패의 부산물이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저질 공천이 낳은 결과였다. '텃밭' 광주에서 저조한 투표율이 증명한다.
대선 패배 후 당 쇄신과 반성은커녕 자질 논란을 빚은 비대위원장을 영입하고, 사심에 가득 찬 기득권 카르텔이 공천권을 손에 쥐고 마구 흔들어 댔다. 이에 불공정 경선을 성토하는 낙천 후보들의 불만 가득 찬 목소리조차 외면했다.
6·1 지선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겐 0.7%p 차로 진 대선에 대한 한풀이 성격이 짙었다. 게다가 윤 정부를 향한 불신이 팽배해 있어 압승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지지층 결집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완패했다. 이재명 후보 인천 계양과 송영길 전 대표 서울시장 출마는 상식밖에 공천이었고, 여기에 노영민 전 실장이 기름을 부었다. 친문·친명 계파 가릴 것 없이 제 밥그릇 지키기와 공천권 나눠 먹기는 양쪽에서 버젓이 자행됐다.
충북에서 노영민 도지사 후보 공천만 아니었다면 현역들의 개인기가 좋은 대전·세종은 확실하게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본다. 이미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부동산 문제 등 노 전 실장의 비호감도가 높게 나타났고, 충청권은 물론 수도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전략 공관위 지적이 나왔었다. 대체로 그를 독이든 사과와 다름없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지도부는 꿈적도 안 했고, 그날 바로 단수 공천해 버렸다. 또 위원들 간 비밀서약을 했음에도 관련 회의내용이 실시간 언론에 유출되었다. 독립돤 기관 공관위 시스템은 조직적인 저항에 시달리면서 힘없이 붕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이번 민주당 공천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 신승을 손에 꼽는다. 워낙 텃밭이 좋았고, 강용석 효과도 톡톡히 보았다. 막판 김은혜 후보의 악재가 없었으면 아마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 25년여 여론조사 및 정치 컨설팅을 해왔다. 출신지가 대구여서 상대적으로 보수 인사들과 교류가 잦았다. 그러나 보수 개혁에 강력한 의지를 찾기 어려웠다. 대선 직전에 정세균 총리 등 훌륭한 인품을 갖춘 민주당 인사들의 부름을 받아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려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선거전략가로 그간 수많은 전장을 누볐다. 2000년 당시 총선에서 '거함' 이종찬 후보를 꺾은 정인봉 전 의원을 도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2004년 탄핵정국 때 여론조사 30% 열세를 극복하고 서울 강동갑에서 당시 이부영 의원을 무너트린 김충환 전 의원의 전략 총괄을 맡았다.
이밖에 2008년 종로에 출마하려던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를 이명박 정권 실세이던 이재오 의원 지역구 은평을로 보내 승리했고, 홍준표 의원의 경남도지사 당선에도 나름에 역할을 했다.
공관위는 노영민 송영길 배제 및 이재명 출마에 대하여 반대의견을 올렸지만, 비대위에서 단칼 묵살했다. 저간에 사정을 잘 모르는 열성 당원들은 되려 이원욱 전락공관위원장을 공격하고 있다. 그는 바른 공천을 위해 사심을 버리고 비교적 정확한 판단을 했다고 본다.
이번 선거는 카르텔의 욕심과 무능이 당과 후보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윤호중 ,박지현 공동위원장이 이끈 비대위 구성은 나이브(naive) 했고, 기득권을 넘지 못한 구태 공천이 선거를 망쳐 놓았다. 2030 여성지지층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비대위가 진정성 있는 반성을 통해 당을 쇄신하였다면 서울 기초단체장 절반 이상은 건졌을 것이다. 또 인천 강원 충남에서도 충분히 해 볼만한 구도였다고 확신한다.
'이카루스' 윤석열 정부는 곧 추락할 것이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환골탈태' 의지로 정신을 차려 새로운 각오로 국민 앞에 다가서야 한다. '옳은길 따르라 의에 길을'이라는 찬송가 구절처럼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 이 길에 우리 민주 동지들과 신발 끈을 다시 조이고 뚜벅뚜벅 걸어 나갈 것이다.
최종호 정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