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이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 한국은행
[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연 1.75%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월14일 회의에 이어 두 번 연속 진행된 기준금리 인상이다.
이날 한은이 공개한 통화정책방향을 살펴보면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상 배경으로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금리 상승 △가계대출 소폭 증가 등을 꼽았다.
금통위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조치 등의 영향으로 세계 경제가 둔화되고 있다"며 "향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움직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통위가 내놓은 입장처럼 실제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유류 및 공업제품 가격 상승폭 확대, 전기·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지난해동월대비 4.8%나 상승했으며 근원 인플레이션과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도 모두 3% 초반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2월 3.1% 대비 1.4%p 상승한 4.5%로 조정했다. 한은이 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대로 전망한 것은 201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회의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몇달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물가, 성장 등 여러 경제 지표가 해외 요인에 따라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도 포함된 것이라는 분석도 제시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4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2년 만에 빅 스텝을 밟아 0.50%p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한국(1.50%)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0.50∼0.75%p로 크게 좁혀졌다.
한국이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금리 격차가 줄어든다면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할 가능성 또한 증가한다. 아울러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을 추월하게 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이 총재는 "선진국에 비해 금리가 더 높아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역전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금리가 역전되면 대규모 자본유출이 일어나고 환율이 오르겠지만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이 예측한 올해 연말 기준금리 2.25~2.50% 수준은 합리적인 기대라고 생각한다"며 "금통위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해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